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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캠페인 '천사운동'] 당신도 천사-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이윤희씨

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7-05-06 수정일 200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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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18년간 봉사해오고 있는 이윤희씨(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지난 4월 22일 열린 한자리 축제에서 농아선교회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청각 장애우에 대한 교회 배려 절실”

지난 4월 22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주최한 2007년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한자리 축제’가 서강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은 장애우들과 관계자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메워 졌다. 미사 중 열렸던 봉사자 표창패 수여식. 이윤희(우술임수산나.40)씨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단상으로 올라섰다. 작은 키에 왜소해 보일수도 있는 체격. 하지만 걸음걸이만큼은 당당했다.

이씨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18년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18년이면 긴 기간인데 어떻게 봉사를 시작하셨나요?”란 물음에 그가 대답했다. “친구가 수화배우자고 해서 그냥 따라간 것 밖에 없는데. 그게 계기가 됐어요.”

1989년 이씨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처럼 친구 손에 이끌려 교회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자연스레 예비신자교리를 듣게 됐다. ‘수화’가 그녀를 교회로 인도한 셈이다.

“당시 농아선교회에는 기초반 3개월, 회화반 3개월, 총 6개월 과정으로 수화 교육이 있었어요. 저는 기초반만 수료했어요.”

기초반을 수료한 이씨는 자연스레 자신의 능력을 나누기 시작했다. 노인과 청년, 아이 등 세대를 아우르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이라는 것이 조금씩 쌓여갔다.

그렇게 쌓인 정이 18년. 그동안 그가 해온 일은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삶 자체였다.

청각 장애우들이 병원이나 관공서를 갈 경우 동행해 그들의 편의를 도왔으며 수화교육 활동은 물론 농아선교회 회지 편집활동도 했다. 또한 봉사자 단체인 ‘반딧불’ 회원들과 함께 일반 학교 C.A를 위한 수화교육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과 함께 그는 농아선교회의 ‘에파타주일학교’ 교사도 8년간 했다. “아이들한테 관심이 많았어요. 막상 대해보니 힘든 게 사실이더군요.”

이씨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요즘 학생들이 자기들 끼리 쓰는 말이 있듯이 농아 학생들도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제가 배웠던 정확한 수화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죠.”

말을 듣고 있자니 이씨에게 ‘기다림’은 익숙한 단어인 듯 했다. “수화를 배우면서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살다보면 알게 되겠지 하고 하나씩 배워나갔는데.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봉사를 하게 됐네요.”

그 역시 봉사활동하며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럴 때 마다 힘이 되어 준 건 주변에 함께 활동하는 봉사자들이라고 말하는 이씨.

아쉬웠던 적은 없냐는 물음에 이씨는 뜻밖에 대답을 내놓았다. 교회에 대한 이해와 본당활동이 그것이었다.

“수화를 배우고 난 후 매 주일 농아선교회에 있다 보니 교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또 본당에서 활동을 했더라면 본당 활동의 특성과 장점들을 농아선교회에서도 활용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죠.”

이와 함께 그는 교회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각 장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만한 교리책이 없어요. 건청인(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을 가리키는 말) 학생 위주로 만들어진 교리책 보다는 만화를 이용한 쉽고 재밌는 교리책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보람’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그 단어는 사라졌다. “보람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가 청각 장애우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죠.”

잘한 것도 없어 인터뷰하기가 무척 부담스럽다는 이씨. 그는 한 가지 걱정거리를 내놓았다. “항상 농아선교회에서만 활동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의 말을 듣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씨는 자신의 우물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