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나눔캠페인 '천사운동'] 날개달기-대장 종괴 앓으며 두 손자 키우는 최용녀 할머니

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7-04-29 수정일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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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이 생겼다는데…기도하면 낫겠지”

집 팔아 사업실패한 아들 빚 갚고, 손자 떠맡아

갈비뼈 골절·백내장에도 병원비 없어 기도만

4월 20일. 봄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좁은 골목길. 그 골목길을 따라 들어선 반 지하방. 신발을 문 밖에 벗어놓고 허리를 숙여 들어서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기자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찬미예수님.”

최용녀(테레사.74.서울 천호동본당) 할머니. 한 눈에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로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 온갖 짐들이 놓여 있는 3평 남짓한 방에 마주앉았다.

“손자들은 아직 안왔나봐요?” “학교 갔으니까 아직 오려면 좀 있어야 돼.”

할머니는 혼자서 이상현(15)-용현(13)군을 키우고 있다.

“아들이 행방불명 됐다면서요?” “…” 오래전 일들은 거의 기억 못하는 할머니. 힘든 표정으로 생각의 실타래를 풀고자 노력하는 할머니. 이윽고 할머니의 입에서 가족사가 술술 나왔다.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2명과 함께 살았었다고 했다. 할머니 소유의 집에 택시기사로 성실히 일하며 생활비를 버는 아들이 있어 무척 행복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단다. “잘 몰라. 사업 한다고 하더니 어떤 여자랑 만나더라고. 카드 청구서도 많이 오고. 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생각했어.”

할머니는 카드빚만 늘고 아들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 답답했다. 이내 아들은 며느리와 이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은 연락처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밤에 전화가 왔어. 아들이 울면서 말하더라고. ‘어머니, 빚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협박도 당하고 그랬나봐.”

할머니는 집을 팔아 아들의 빚 일부를 갚았다. 이후 아들의 연락은 또 다시 끊겼다. 그리고 이때부터 손자들과의 힘겨운 삶이 시작됐다.

날이 갈수록 커가는 손자들을 위해 큰 집으로 옮겨야 하지만 돈이 없어 단칸방을 전전하며 살았다. 지역에서 가장 싼 월세집만 찾아다닌 할머니.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은 할머니의 딱한 사연을 들은 집주인이 거저 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감사하지. 어려울 때 하느님이 꼭 도와주시니까. 지금도 ‘주님’만 믿고 살아.”

주님만 믿고 산다는 할머니. 그러나 주님은 시련도 주셨다. 3년 전 길을 걷다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다. 치료비가 없어 병원도 가지 못했다. 기도만 했다는 할머니.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백내장이 왔다. 고혈압과 당뇨 역시 할머니에게 찾아왔다. 모두 참을 수 있었지만 갑자기 배가 아팠다.

“병원에 갔어. 사진 찍었는데 의사가 큰 병원 가보라고 하더라고. 돈이 없는데 갈 수가 있나…”

대장에 의심스런 종괴가 발견된 할머니는 종괴 역시 기도의 힘으로 치유하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먹고사는 문제는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도움을 받고 올해 2월 기초수급자가 된 것이 그나마 할머니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

“다 주님이 도와주시겠지. 기자 양반이 여기까지 온 것도 주님께서 보내주셔서 그런거라 믿어.”

무거운 발을 딛고 일어서자 탁자 한 켠에 놓여있는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입원예약접수증-입원일자 2006년 12월 7일-향후 경과 관찰 요망’

사진설명

▶매시간 주님께 기도하며 산다는 최용녀 할머니(오른쪽). 집을 방문한 본당 빈첸시오회원 박경옥(율리아나)씨의 손을 꼭잡은 최할머니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한다.

▶우남건설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관계자들이 현판식을 갖고 기념촬영했다. 왼쪽 네번째 원희진 댚이사, 다섯 번째 김용태 신부.

▶고동현씨.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