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본당신부이야기] 25.구원 향한 주님 수난여정처럼

입력일 2007-04-29 수정일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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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는 초록과 다양한 꽃으로 단장 되고 있다.

지난 겨울의 반녹색이 엉알(바닷가 절벽)에서 시작해 유채꽃이 피고 지고, 지금은 벚꽃이 피었다가 꽃잎을 떨구고 있다. 머지않아 한라산 중턱에도 철쭉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계절이 깊어 가는 때에 맞추어 교회 전례도 기쁨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건네주시는 기쁜 소식을 나누고 싶어 엠마오 타령을 한다. 비록 섬이지만 전례에 수고한 사람들과 함께 잠시 쉼터를 찾아 다녀올까 한다.

제주도의 자연은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아름답다. 그래서 제주도의 자연을 나는 좋아하고 사랑한다. 이제 그 자연 속의 주인들과도 친교를 나누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먼저 말(馬)을 만나고 싶다.

말은 순하지만 성질이 급하다. 우둔해 보이는 짐승 같지만 말을 오랫동안 사육해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주인과 8촌 내지는 12촌을 이루는 가족까지도 구별한다고 한다. 그런 말들과 친교를 갖고 싶어 나는 제주마(조랑말)를 키우기로 했다.

한 마리가 외로워 두 마리가 되었고, 조랑말은 3살이 넘어야 새끼(멍생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해서 어미 말 한 마리를 더 벗 삼게 되니 3마리의 조랑말가족 주인이 되었다. 지금은 사람을 태우거나 경주마로 이용되는 말(호마)까지 가족이 되었다.

지난 해 가을에 발생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틈틈이 얻어 모은 콩깍지를 겨울 양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커다란 낟가리를 만들어 놓았다.

어느 날 목장 울타리를 수리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낟가리에 화마가 찾아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방차가 오고, 말들은 날뛰고, 주변의 송아지 목장과 과수원이 위험에 처해졌던 사건이 그것이다.

이렇게, 말에게 소중한 먹이였던 콩깍지 화재 사건은 나의 사목활동과 제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간격을 줄이는 동기 유발로 이끌어 졌다. 어떤 작물을 얼마나, 어떻게 재배 하는지. 또 말은 종류가 얼마나 되며 성품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경마장으로 떠나고, 목장 숲 속에서 군집 생활을 하며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해 가는지. 나아가 제주 사람들은 말과 어떤 상관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지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제주도 생활에 맛을 더하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견주어 본다. 예수님께서 당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며 환영을 받은 것처럼, 구원을 향한 예수님의 수난여정은 제주도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한라산과 다른 오름이 만드는 녹색 초원 언덕을 바라보게 만든다.

말(馬)은 가자고 ~네 굽을 치고

님은 날 잡고 낙루를 한다

님아~ 날 잡지 말고,

서산에 지는 해 날 잡아 주게

저 님아 날 잡지 말고서

지는 저 해를 붙잡아 주~게~

(한국 구비문학대계 7-2 강원도 횡성군 둔내의 민요에서)

김남원 신부 (제주교구 고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