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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소공동체 2.공의회 정신과 소공동체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7-04-15 수정일 2007-04-15 발행일 2007-04-15 제 254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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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화 하면서 복음화 되는’ 소공동체

친교의 이상적 모델 공의회 정신 잘 반영

이상 현실간 괴리 극복이 지속 관건

소공동체(Small Christian Community)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사목 환경과 조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한국교회의 사목적 대안이자 비전으로 떠오른지가 꽤 됐다.

하지만 소공동체는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여전히 신자들이 선뜻 받아들이고 전폭적으로 투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전에 비해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서 소공동체에 대한 교회 전반의 의식 수준이나 참여도가 점진적이나마 높아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의 밑바닥에는 소공동체 사목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실마리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지금까지 소공동체를 둘러싸고 이뤄져온 다양한 모색과 노력들은 대부분 선교 등 전략적 측면에서의 소공동체의 비전, 대안 등 거시적 세계에 초점이 맞춰져온 면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공동체라는 씨앗이 뿌려지고 뿌리를 내려야 할 신자, 나아가 신자 공동체의 삶이라는 미시적 세계에 대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는 그간 들인 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는 소공동체라는 씨앗을 뿌려온 사목의 텃밭을 다시 한 번 면밀히 되짚어 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소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사목적 접근을 위해서는 새로운 농부의 시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소공동체가 첫 걸음을 내디뎠던 출발점으로 돌아가 소공동체가 진정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구현인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를 제기한다.

소공동체 되돌아보기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낳은 교회 쇄신을 위한 모색과 노력의 산물이다.”

그동안 소공동체에 대한 이러한 의미 부여에 별다른 의문이 따르지 않은 듯하다. 소공동체의 타당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에서 직접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공의회 문헌에 명시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이후 교회는 공의회 문헌들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주제인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과 ‘친교의 교회론’에 근거해 ‘친교’의 가장 이상적이고 가시적인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소공동체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소공동체는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고 복음화 사명을 촉진할 수 있는 ‘대안 공동체’로서 여러 지역 교회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됐다.

하지만 소공동체의 씨앗은 공의회 이전에 이미 뿌려져 있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기초 교회 공동체(Basic Christian Community)라고도 불리는 소공동체가 “초대 그리스도인들처럼(사도 2, 44~47 4, 32~35 참조) 믿고 기도하고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들로 살아가도록 신자들을 도와줌”을 확인해 주었다.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소공동체의 직접적인 형태는 1956년 남미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기초 교회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공의회 이후 기초 교회 공동체는 교회의 새로운 모델이자 교회의 새로운 길이며 강력한 활력소로 인식되면서 제3세계 나라 교회들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으로 중남미에 30만개, 브라질에만도 거의 10만개에 달하는 기초공동체가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페루와 아프리카 6개국을 돌아보고 난 후 “평신도들의 활동과 책임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명시되는 곳이 바로 이 기초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친교로서의 교회가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소공동체가 교회의 공식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교황 바오로 6세가 1975년 12월 8일 발표한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에서다. 이 문헌의 제58항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소공동체가 복음화의 못자리요 터전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이 교회 생활에 참여하고, 교회의 가르침에서 힘을 얻으며, 사목자들과 일치함으로 육성 조장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가 생기게 되는 것은 교회 생활을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것과 혹은 대도시의 교회 공동체 같은 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인간적인 상호 유대를 추구하는 데서 생긴다고 본다.… 교회적 기초공동체는 복음 선교의 못자리가 되고, 더욱 큰 공동체 특히 지역 교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교회의 희망이 될 것이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 51항에서 “기초공동체란 소수의 가정이나 인근 신자들이 기도와 성경 독서와 교회 공부와 인간적, 교회적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공동 책임을 도출하는 소수 신자들의 집회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소공동체 자체가 교회임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소공동체 들여다보기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는 ‘복음화’ 개념을 보다 역동적이고 풍부한 의미로 규명함으로써 ‘복음화’가 교회 본연의 사명이자 가장 깊은 정체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복음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복음화를 촉진할 수 있는 비전으로 열매 맺은 것이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이다. 공의회 이후 교회는 공의회가 새롭게 발견한 교회론에 따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본질적인 동질성을 회복하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예언직, 사제직, 왕직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말씀에 따라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에 사목적 쇄신을 향한 중심축을 놓게 된다.

또한 친교의 교회론에 근거하여 평신도의 신원과 사명을 정립하고, 평신도들이 교회의 사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구체적인 활동을 마련하여 사목의 주체로서 공동으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공동체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평신도의 자발성을 고양시켜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목 비전으로, 보편교회로부터도 복음화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정받게 된다.

세계 여러 지역 교회들은 소공동체 사목을 통해 하느님 백성의 친교의 교회를 신자들의 삶의 현장에 적용시킴으로써 세상에 교회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결실로 소공동체는 ‘복음화하면서 복음화되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교회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새롭게 발견한 교회론에 근거해 친교의 가장 이상적이고 가시적인 모습으로 ‘기초공동체’를 구현해, 본당을 ‘공동체들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되도록 하여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지역 교회 안에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소공동체의 확산과 관심은 가톨릭교회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시대적 징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성직자 중심에서 말씀과 평신도 중심으로 그 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에 존재하는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교회상과 새로운 교회상이 혼재되어 있는 모양새다. 다시 말해 거시적인 원칙론에서는 공의회가 제시한 하느님 백성의 친교의 교회가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시적인 신자들의 삶의 공간에서는 여전히 공의회 이전의 성직자 중심주의가 교회 구조와 운영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공동체를 둘러싼 외연과 내포가 일치되지 않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사목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향후 한국교회에서 소공동체 사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소공동체 10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2004년도 ‘소공동체 심포지엄’ 에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삼각동본당 신자들이 소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