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56】21세기 신앙 공동체의 부름: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돌볼 사명

입력일 2007-04-08 수정일 200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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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신앙 실천법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았다지만, 현대에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팔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하느님께 창조된 만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토착화할 사명에 근거하여 이 문제를 보기로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산업화와 공업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이 배출되면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월 2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IPCC)가 낸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것은 인류 사회가 특히 석유 등 화석 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발생시키는 결과는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겨울에 체험한 ‘겨울 같지 않은 겨울’도 그 한 영향이라고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등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1992년과 1997년에 ‘기후변화협약’과 이 협약의 실행에 필요한 ‘교토의정서’를 체결하였다. 2008~12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를 1990년 기준으로 5.2% 줄이기로 하고 국가별 배출량 규제에 합의한 후에, 미국의 탈퇴 등 진통을 거치면서, 마침내 2005년 2월에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었다.

이 의정서에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부여받은 독일, 영국 등이 자국의 기업들에게 다시 배출량을 할당해 주는데, 이 배출 한도를 ‘이산화탄소 배출권’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은 한도를 초과하고 어떤 기업은 한도보다 적게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초과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서 배출권을 구입하여 규제 한도를 넘은 데 따른 제재를 피할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영국에는 2002년에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가 개설되었다.

인류사회는 자신의 행성 지구의 건강을 위하여 기후 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온실 가스 문제를 경제 영역에 통합시켜서, 국가와 기업의 경제 정책과 지구 생존을 연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산업 주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기술을 개발하고 그럼으로써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경제와 정치, 인간 사회의 생활 방식을 지구 공동체의 지속에 부합한 형태로 변환시켜 가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산화탄소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이는 것에 경도된 사람들은 이 보이지 않는 것을 자신의 삶의 질과 통합하는 데 소홀하기 쉽다. 이런 정황에서 우리 교회는 더욱 더, 안 보이면서도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막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런 가스들의 배출 행위를 자신의 신앙 해석과 실천에 통합할 비전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실로 오늘의 교회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가 하느님께 창조된, 지구를 포함한, 만물 공동체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생명의 다스림에 근거하여 질문할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인류와 동아시아 사회, 이땅의 민족 사회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하느님의 생태적 생명 질서에 부합한 형태로 승화, 고취시켜 가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생태-자연계의 질서 문제는 단순히 국가나 기업, 개인들의 경제 정의나 복지 차원에서 다루고 말 사안이 아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창조계의 건강과 선성과 완성을 파국적으로 일그러뜨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태를 자신의 신앙 투신과 연결짓고 하느님의 생명과 창조의 관점에서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되는 기본 과제라고 할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90년에 이미, 생태계 문제를 하느님의 창조와 그리스도의 구원 지평과 통합하고 인간 생명과 존엄을 온 창조계에 대한 존중과 연관지을 사명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건강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신앙인들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 나오는 것이며… 그리스도께 구원을 받았다는 확신에서 직접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존중은 또한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부름 받은 다른 모든 피조물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16항)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