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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아시아의 종교적 문화적 다원주의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의 증언

입력일 2007-04-01 수정일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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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마차도 몬시뇰/김민수 신부
펠릭스 마차도 몬시뇰/김민수 신부
펠릭스 마차도 몬시뇰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사무차장)

“가장 효과적인 복음선포는 삶을 통한 증거”

들어가는 말

‘아시아의 복음화’는 매우 광범위한 주제다.

그리스도교 선교는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계획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핵심에는 나자렛 예수라는 분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이의 유일하고 보편적인 구세주로 선포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선교의 내용이다.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아시아 민족들에게 (그리고 사실상 모든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오신”(요한 10, 10)분으로 제시하였다. 구세주께서는 아시아에서 태어나셨다.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는 아시아를 위한 선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는 아시아에서 강요되기 보다는 제안되어야 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아시아의 상황에서 아시아 교회의 선교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미 사도시대부터 인도에 그리스도교가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역사적으로는 그리스도교가 4세기부터 인도에 뿌리를 내린 것이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아시아에서의 선포는 이미 2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며 그리스도교의 수용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그 시점이 최근인 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선포의 방식은 계속 변화해왔다. 이미 1622년에 포교성성이 설립되었을 때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앞으로 선교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개별 국가가 아닌 로마의 중앙 당국에 의해 관리될 것이며 선교의 목적은 유럽제국의 확장이 아니라 현지 성직자의 양성 및 서품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기존 문화 및 관습을 토대로 한 토속 교회의 설립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시아에서의 선교는 다양한 상황 및 시기에 따라 다양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는 “그리스도와 교회는…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이방인으로 여겨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된 현대사회의 몇 가지 특징

1) 근본주의 : 근본주의는 1920년대 프로테스탄트 그리스도교계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인 운동이다. 원래 근본주의자란 ‘근본 원리를 위해 싸우려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근본주의자는 현대화와 함께 확대되어 온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의 근본적인 차이를 일반적으로 부정한다.

2) 이민으로 구성된 사회 : 이동과 함께 문화, 종교적 신념, 역사 등도 함께 이동하고 있다.

3)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추구 :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는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의 상실을 두려워한다. 종교를 믿는 이들은 언제나 뿌리에 충실함으로써 정신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4) 세계화 : 세계화는 문화적이자 사회적인 현상인 동시에 종교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화는 현지 문화와 경쟁적인 관계에 놓이는 초국적 문화를 낳는다. 세계화의 도전은 ‘연대의 세계화, 소외 없는 세계화’를 통해서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5) 군사주의

아시아의 독특한 상황

아시아 대륙에는 다양한 문화와 정치적 구조, 종교적 전통이 존재한다. 또한 아시아에서 하나의 선교 이론을 발전시키기는 쉽지 않은데 이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과는 달리 언어의 공통성이 적기 때문이다.

필리핀을 제외하고 아시아 대륙의 모든 그리스도인은 소수 공동체로 살아간다. 아시아의 지역 사회는 그리스도교가 아닌 다른 믿음의 체계 및 종교적 전통이 주류를 이룬다.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가 거의 2000년 동안 존재했지만 그리스도교는 아직까지도 ‘이방인의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고려해 일각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라 교회를 제도로서 고려하지 않고 신비로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교회는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고 또한 아시아의 선교에 대한 신학적 숙고를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Federation of the Asian Bishops’ Conferences)를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토착화 ▲종교간 대화라는 세 가지 신학적 주제를 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이 세 주제는 교회의 아시아인들에 대한 봉사다. 아시아 전체에서 이 세 주제는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왔고 본질적으로 하나의 주제로 경험되어 온 것이다. 즉 이 세 가지 주제는 아시아라는 하나의 실재의 세 가지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학이란 특정한 역사적 그리고 문화적 상황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의 선교 신학 역시 사람들의 종교적 배경을 직접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의 선교 신학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주제는 사람 중심의 교회, 즉 “생명과 사랑과 진리의 친교”인 교회,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의 이해, 지역 교회에 대한 인식 확대, 교회 일치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 확대, 빈곤의 상황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섬기는 교회 등이 있다.

아시아인의 사고방식의 일반적인 특징

1. 조화(전체)와 거룩함에 대한 추구: 갈등과 대립 속에서 아시아인은 유기적이고 상호적이며 우주적인 세계관에 근거한 생동적인 행복이나 안녕을 추구해왔다.

2. 아시아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리스도를 나타내려는 노력

3. 상황의 강조: 상황화는 지역 문화 안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회를 세우고 사람들의 가장 깊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또 이들의 세계관에 침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스도교를 제시함으로써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동시에 지역 문화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고자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4. 절대적 실재의 개념

아시아에서의 선교에 대한 결론 및 전망

아시아에서의 선교 노력은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시아의 상황에서 신학의 출발점은 오늘날 아시아의 현실 상황이다. 때문에 선교 신학은 아시아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모든 이의 주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아시아적 얼굴을 성찰해야 한다. 즉 아시아에서의 선교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아시아인들에게 ‘생명을 얻고 또 얻게’ 해 주는 ‘기쁜 소식’으로 선포해야 한다.

토착화에 대한 교회의 초대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아시아의 교회는 이러한 초대에 진지한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캘커타의 복자 데레사 수녀의 사례는 오늘날 아시아에서 선교사의 이상적인 모델로 보인다. 모든 이의 주님이며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몸소 증언하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인 그리스도의 선포는 없을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데레사 수녀가 몸소 보여주는 증언을 통해 복음을 들었다. 데레사 수녀의 생애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이었다.

아시아인들의 관상에 대한 태도를 염두에 두며 데레사 수녀는 운동가나 단순한 사회 복지가로 알려지기를 거부했다. 사실 데레사 수녀는 전례 기도(성사 거행), 기도, 묵상과 관상 등을 모든 활동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리스도의 선포는 순수한 인간적인 활동이기보다는 성령의 활동이다. 금욕과 명상, 기도, 신에 대한 경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아시아 세계에서 데레사 수녀는 그리스도교 기도와 예배를 증언하였다. 데레사 수녀는 누구에게도 그리스도의 선포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데레사 수녀는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리스도의 선포를 제시했고 모든 사람이 세례와 교회에 대한 소속을 받아들임으로써 예수님의 제자가 되도록 초대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 교회는 주류가 아닌 작은 양떼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그리스도인은 단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가능하게 해 주시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정토론 요지/김민수 신부

아시아는 다종교적, 다문화적인 지역이다. 이러한 고유한 아시아적 상황을 잘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선교와 신학이 나올 수 있다.

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도 보편화된 소비대중문화가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회는 다양한 민족문화를 고려한 토착화와 선교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최근 생성, 확산되고 있는 현대문화를 아시아의 지배적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회가 아시아를 가난,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지역으로 개념화하거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경우 ‘식민지-냉전-글로벌화’로 변화하는 아시아 지역의 역동성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복음이 아시아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신앙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공시성’과 ‘통시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느님 말씀인 복음은 절대적 진리이기에 공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당대 문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특별히 당대문화는 민족문화나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현대문화를 포함한다. 교회는 이 두 가지 문화에 대한 토착화를 동시적으로 병행할 때 올바른 복음화, 즉 ‘문화의 복음화’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