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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조사 결과의 선교 사목적 의미와 사목적 제안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7-04-01 수정일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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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 결과 나타난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2006년 8월 대전교구 정하상 바오로 교육관에서 열린 제4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고 친밀도 높혀야

중산층화 신앙 개인화 계층별 괴리 심화 “우려”

‘소공동체사목’ 희망적 대안 부상, 확산 노력을

▨선교 사목적 의미

3차 조사결과는 2차 조사의 연장에 있으면서도 새롭게 나타난 현상과 특징들도 보여 주었다.

먼저 교회 내 현상을 지난 3차례의 추세 조사라는 맥락에서 볼 때, 한국 교회가 중산층 교회로 고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적극적으로 타개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회의 특정 계층화가 이 계층에 속하지 않는 이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 공동체의 결속력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모든 계층에게 복음이 기쁜 소식이 되고 교회가 신앙의 증거자가 될 수 있도록 쇄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신자 중산층화의 영향으로 교회가 정치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에 대해서는 교회의 그간의 사회참여에 대한 소극적 입장과, 주요 사회 쟁점에 대한 뚜렷한 보수적 입장 표명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이 바뀐 탓도 있지만, 교회 내부에서 스스로 정치적 참여의 폭을 좁힌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보다 심층적으로 한국 교회의 사목적 대안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세 번째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이 변화하면서 신자들은 점차 교회 내부 혹은 개인 신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자들이 교회 내부와 자신의 신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비해 공동체적 결속력이나 교회생활에 대한 투신도는 약화된 것을 볼 수 있다. 2차 조사 이후 계속되어 온 신앙의 개인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교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공동체 사목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근간이 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전통적 종교성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자들의 종교적 수용성이 높아진 것은 한국과 같은 종교 다원사회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앙의 깊이에서 오는 포용성이 아니라면 자신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충실도가 약화된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적 결속력은 물론 교회 전례에 대한 낮은 참여에 이르기까지 사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신자재교육, 이른바 재복음화를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사목 방향 제언

이번 조사에서 신앙의 개인화,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 감소, 개인 신앙 투신도의 약화 등으로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목방안과 대안들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모색해 나가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교회의 사목비전과 방향을 재정립하고 이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희망적 표지로 발견된 소공동체 사목 등을 사목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교회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미디어를 활용한 신자재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사목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성장하면서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에 교회가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려면 교회가 보다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산하의 각 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영역에서 교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교회의 새로운 내부 사목환경 가운데 하나가 신자 단체들이 더 다양해지고, 관심과 활동의 영역이 외부로 더 넓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수용하고, 한국 사회의 세분화·전문화 경향에 맞춰 직능별 단체를 조직하고, 소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속인적인 공동체의 종류를 넓혀가는 노력이 현 단계에서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넓어진 영역과 욕구의 고도화는 사제가 모두 담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도자, 신자 모두가 참여할 때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한국 교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중산층의 교회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변화시킬 만한 요인들이 잘 발견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조건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늘어난 자원동원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가 다인종·다민족·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변화해 가고 활동영역이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을 반영해 사목의 방향과 영역도 보다 거시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와 특히 아시아 교회 안에서 책임을 더 강화하고 역할 범위를 더 넓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0년 동안의 추세 조사

사목 진로 모색에 도움”

◎통합사목연구소 손옥희 책임연구원

“급변하는 세상을 헤쳐가고 있는 교회의 현재를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내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80주년을 맞아 실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손옥희(아녜스) 연구원은 수없이 “흥미롭다”는 말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조사 작업에서 나타난 97%가 넘는 높은 질문지 회수율 자체가 다른 리서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손연구원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요인을 조사원으로 활동한 구역·반장들에게서 찾았다. 연구원들이 직접 각 본당의 조사원 교육 현장까지 내려가 꼼꼼하게 교육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조사원들이 조사 원칙을 성실하게 지켜주었던 결실인 셈이다.

손연구원은 자칫 열심한 신자들을 중심으로 조사 분석되던 리서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의거한 전체 신자수 구성비에 따라 지역 환경을 대표하는 본당을 추출해 접근한 것을 이번 조사 연구 방법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꼽았다. 특히 그는 이번 연구에서 대부분의 교회 내 리서치들이 간과해온 ‘쉬는 신자’를 조사 대상으로 포함했다는데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의 많은 리서치들은 접근의 어려움 등으로 ‘쉬는 신자’들을 배제한 가운데 이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열심한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해 객관적 사실에 비해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교회 리서치가 통일된 원칙 아래 이뤄져 비교가 가능할 때 사목적 고민을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손연구원의 지적이다.

또한 그간 한 번도 수치화되어 나오지 않았던 종교별 교육 수준을 통계청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로 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 중산층화가 고착화되고 여러 면에서 신앙이 퇴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손연구원은 이러한 원인을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자들의 투신마저 약화되고 있는데서 찾았다. 젊은층과 고학력자들이 더 많이 기복 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으로 꼽았다.

“교회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교회가 겪고 있는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때 사목 방향과 대안도 제대로 세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