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장미없는 '가시' 없다.

입력일 2007-02-25 수정일 200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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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문화를 건설합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매우 각박하고, 메마르고, 혼란스럽고, 거짓이 많습니다. 물질을 숭상하며, 생명이 경시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도 팽배합니다. 전쟁과 테러로 인한 생존의 위협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세대 간의 단절과 분리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회엔 충격적인 일들이 매일 벌어집니다.

인도의 뉴델리에 간디의 무덤이 있는데, 무덤 입구에는 간디가 예언하였던 ‘일곱 가지의 사회악’이라는 문구가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흔히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의 사회악’으로도 불리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우리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기에 마음이 씁쓸하고 답답해져 옵니다. 정말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이러한 세상을 직시하면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은 희망과 위로를 이웃에게 주어야 합니다.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세상에서 예수님의 두 얼굴을 직시하자고 강조하셨습니다.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버림받으신 예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의 얼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 33)는 성경 말씀대로 예수님께서 결국 승리하셨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메마르고 어둡다 하여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 승리할 수 있습니다.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고 말합니다. ‘장미’라는 좋은 열매가 있기 위해선 ‘가시’라는 작은 어려움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반대로 “장미 없는 가시는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다가오는 모든 어려움, 고통,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여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어려움, 고통 또는 십자가도 거부하거나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여 기쁨으로 변화시켜야 함을 뜻합니다. 모든 좋은 열매, 결실, 결과들은 십자가를 사랑한 후에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이 얻게 되는 ‘장미’라는 좋은 열매는 ‘가시’로 표현하는 모든 고통, 어려움, 십자가를 사랑한 열매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 24) 나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죽을 때에 부활한 모습으로 살 수 있습니다. 죽음을 통하여만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영광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구체적인 일상의 삶으로 증거하여 부활과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진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을 받아들여 기쁨과 평화로 변화시키는 부활의 문화를 건설하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흥식 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그동안 집필해 주신 유흥식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