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아픔이 은총이 되기를!

입력일 2007-02-11 수정일 200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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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육간 건강위해 기도합시다

“주교님, 건강하십시오. 건강이 최고입니다” 라는 인사를 종종 받습니다. 건강에 유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 ‘나한테는 하느님이 최고인데…’ 라는 혼잣말이 나옵니다. 근래에 우리 사회에 웰빙 열풍이 대단합니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찾아가 먹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의 열기도 보통을 넘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산에 오르는 이부터 하천이나 길을 따라 걷는 이까지 자연과 벗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저도 한 주일에 한두 번 시간을 내어 교구청 뒷산에 오르는데, 산이 늘 북적입니다. 건강은 매우 소중하기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무리를 하고선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번 것 이상을 써야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봅니다. 결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앞만 보고 살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는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건강할 때에는 자신만만하여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다 될 것처럼 착각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자랑하면서 육체를 존중하지 않고 마구 사용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큰 병’이 있음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육체를 온전하게 잘 유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음을 알게 됩니다. 몸을 함부로 사용하여 잃은 건강은 되찾기 어렵습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육체를 소중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우리의 육체는 ‘성령의 궁전’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했던 사람이 질병을 가지게 되어 건강을 잃으면 육체적으로 약해질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영적으로도 약해짐을 봅니다. 이런 약한 모습은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을 차분하게 직시하는 은총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돈 버는 일과 세상일에만 몰두하다가 갑자기 병을 얻게 된 후에, “하느님, 저에게 다시 건강을 주시면 하느님을 위해서 새롭게 살겠습니다” 하고 약속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린 어느 형제가 있습니다. 다행히 건강을 되찾자 하느님과의 약속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데 봉헌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기쁨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지상 생활 동안 끊임없이 인간을 질병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놀라운 일들을 하셨습니다. 이런 치유의 사명을 이어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모든 의학적인 방법을 포함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올바로 죽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호스피스 활동도 중요한 일입니다.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큰 어려움이 있으실 때마다 병자들과 어린이들에게 특별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고통을 통한 진실한 병자들의 기도와, 순수한 어린이들의 기도를 잘 들어주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고통과 아픔 속에 있는 이들을 위해 진실하고 순수한 기도를 우리 함께 바칩시다!

유흥식 주교 (대전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