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금은 문화영성의 시대] 현대문화의 코드 3.신드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7-01-21 수정일 2007-01-21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안정’ 갈망하는 개인 심리 표출

인물, 현상 우상화하는 현대문화 현상

무분별한 수용, 각종 사회 부작용 초래

“자기개발” “개성의 표현” 긍정 평가도

‘신드롬’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좀 과장한다면 하루밤만 자고 나면 새로운 신드롬이 나타나는 그런 세상이다. 자주 나타나는 만큼 그 양태 또한 다양하다.

연상여자와 연하남자의 결혼을 이르는 풍조인 ‘드메 신드롬’, 엘리트를 지향하는 직업여성들에게 볼 수 있는 스트레스 증후군인 ‘슈퍼우먼 신드롬’, ‘어른 아이’와 같은 ‘피터팬 신드롬’,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인터넷 신드롬’, 게임에 빠져 인간관계와 학업, 사회생활에 지장을 일으키는 ‘스타크 신드롬’…. 의학적인 신드롬으로 구분되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요즘 TV에서는 ‘마빡이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이 개그는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마케팅 등에도 자주 쓰인다.

지난해 정치 분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신드롬’이 이슈가 됐다. 사회적으로는 ‘명품 신드롬’ ‘복고 신드롬’ 등이 활개를 쳤다. 자살사이트 동호회에서 불씨가 된 자살신드롬은 들불처럼 번져 우리사회에 위기의식을 던졌다.

가장 큰 허탈감을 안겨줬던 사건으로는 ‘황우석 신드롬’을 꼽을 수 있다.

‘황우석 신드롬’이 일자 이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 사람들은 언론의 몰매를 맞거나 엄청난 우상신드롬의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 외국 언론들은 ‘민족주의적 집단 현상’이니 하며 비판했지만, 정작 한국의 대중들은 ‘황우석 신드롬’에 한껏 몰입해 주요한 쟁점을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는 ‘역설적 상황’에 빠졌다.

결국 이 신드롬의 잘못된 실체가 드러나면서 대중들은 크나큰 허탈감을 겪어야 했다.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대중들의 태도였다.

이렇게 ‘신드롬’이라고 정의되는 각종 현상들은 진실을 덮는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가져올 수 있다.

신드롬 형성 배경

흔히 ‘증후군’이라고 하는 ‘신드롬(syndrome)’은 어떤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증세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의학용어보다 사회적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며, 신문, 방송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하나의 유행어가 됐다. 예를 들어 ‘몸짱, 얼짱 신드롬’ 등의 표현은 흔히 사용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이제는 무엇이나 다 ‘신드롬으로 부르고 싶어하는 신드롬’이 생겨날 정도로 만연하다.

그렇다면 신드롬이 왜 이렇게 생겨나는 것일까.

특정 인물이나 사물, 사회적 현상을 우상시하고 모방하는 이 병적인 문화현상은 특히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심화되어 왔다.

오늘날 문화의 생산과 확산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대중매체인 만큼, 신드롬 또한 대중매체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대중매체는 대중들의 관심을 널리 알리고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아예 없던 대중들의 관심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몫을 한다.

이러한 신드롬은 또한 개인들이 어떤 집단적 움직임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참여함으로써 이뤄진다. 특히 신드롬은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지표로서 나타난다.

신드롬의 소재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에 잠재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건드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드롬이 넘칠수록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일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의 신드롬은 “개인의 정신적·물질적 결핍과 불안한 사회 구조 속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하는 기대심리가 드러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패션과 헤어, 영화, 음악 등 문화 전반에서 일고 있는 ‘복고 신드롬’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 결핍상태를 확실한 역사인 과거로 되돌아가 위안을 받으려는 심리가 다분히 포함됐다는 것이다.

신드롬의 부작용

아울러 신드롬은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나친 상업주의를 유발시키는 부작용도 크다. 현대사회 안에서 신드롬은 많은 경우 마케팅과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실제 이익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무분별한 수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몸짱, 얼짱 등의 문화는 성형수술의 폐해를 낳았고, 무리한 다이어트로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반면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포함되거나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웰빙 신드롬의 경우 정신적인 행복에 대해 강조하는 현상도 건강한 사회를 이끄는 매개역할도 한다.

그러나 신드롬은 그 전파 규모와 속도, 영향력에 비해 문제해결의 사회적 기능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신드롬이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문화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신드롬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병폐를 밝은 눈으로 바라보고 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멸하는 현대문화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무의미한 신드롬의 나열을 계속 겪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