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금은 문화영성의 시대] 현대문화의 코드 1.다양성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7-01-07 수정일 2007-01-07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다양한 매체 활용, 능률적 사목 한몫

한 책의 서문에 실린 일화다.

길을 잃은 소년에게 한 노인이 자동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집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소년은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먼저 학교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래야만 집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어요.” 소년의 말은 중간에 허둥댈 일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작을 알아야 끝이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화의 복음화’는 일목요연하게 처음과 끝을 특별히 정해두고 정리할 수 있는 이론적 체계는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설명과 전개가 진행중인 담론 체계로 볼 수 있다.

교회와 세상이 소통하는 매개인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의사소통수단도 변했고 가정의 형태도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양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하느님의 계시’가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되기 위해서는 시대적, 문화적 코드가 맞는 신앙의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복음화’는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즉 현대문화를 활용한 대중적 전략으로 교회가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 교회 또한 현대문화를 통해 쇄신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복음화’를 적극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음과 세상 문화 간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삶을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에서는 현대문화가 갖고 있는 특징적인 이미지와 속성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짚어본다. 현대문화 특히 대중문화가 지닌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별할 수 있을 때, 그 역기능에 대한 정화와 발전 노력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TV 비디오 컴퓨터 등 연령 그룹 본당 교구별 특징에 맞게 사용해야

매체의 다양성

현대의 문화는 개방화, 대량화, 세계화, 상업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비롯해 ‘디지털문화’에서 파생된 쌍방향화, 네트워크화 등의 순·역기능적 특징을 보인다. 다양성 또한 현대문화의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경계하고 정화해야할 특징으로 저급성과 개인주의, 소비주의, 죽음의 문화로 통칭할 수 있는 이기적인 면모 등도 지적할 수 있다.

우선 현대문화는 개성을 중시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포괄적인 의미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현대문화의 다양성, 특별히 멀티미디어 발전과 등장에 따라 나타난 특징을 살펴본다.

오늘의 시대는 정보화시대, 영상문화시대 또는 디지털시대라는 용어 등으로 잘 설명된다.

그만큼 표현의 다양성이 이뤄졌다. 활자로 표현되는 인쇄물에서 음성으로 나온 라디오 시대와 TV로 대변되는 영상 시대를 지나,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모바일 등 뉴미디어와 멀티미디어를 주요 의사소통으로 내세웠다. 이제는 컴퓨터 게임도 문학적 상상력을 담아내는 창작장르로 접근하는 등 표현의 다양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러한 뉴미디어는 빠른 확산속도와 소그룹화 등에 따라 그 자체로서도 더욱 다양해지고,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도 생산한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UCC(User Creative Contents) 즉 인터넷 사업자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도 다양화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산물이다.

특히 매체의 다양성은 소수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수용하는데 익숙한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이들에게 더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젊은이들은 스스로가 적극적인 표현의 주체가 되고 싶어하고, 그럴 때 더 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의 변화는 교회 안에서는 전례예식에서 우선 응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현재 전국 각 본당 등에서는 각 연령대별 미사와 교육 등에 영상비디오 등의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를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교회 내 전례와 각종 행사, 교육, 친교의 장은 더욱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사목적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 세대와 그룹별로 신앙과 관련해 어떠한 관심을 어떻게 표현하고, 응답받고 싶어하는지 주의깊게 관찰해, 매체가 담아내는 내용 또한 다양화하는 노력이 덧붙여져야할 것이다.

각 대상별 즉 연령대, 그룹, 본당, 교구별 등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언어로써의 매체를 더욱 다양화할 때,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문화에 있어서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의식할 때, 복음화를 위한 능동적인 발걸음은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진설명

▶서울 신수동본당 ‘멀티미디어 성서대학에서 김민수 신부는 매주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 강의록을 제작해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교회 소식과 성서 말씀을 검색한다.

▶전주교구에서 실시한 ‘성모성월, 가족을 위한 영상음악피정’에서도 영상과 음악, 그림, 사진들을 통해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를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