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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Ⅱ] 50.카자흐스탄 (4)선교의 대표주자 '의료봉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7-07-15 수정일 200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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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살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무료진료소 지원

‘고려수지침’ 최고 의료서비스로 인기

세계 어디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가장 빠른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은 바로 ‘선교사’들이다. 그들의 발걸음은 어떤 척박한 터전에서도 멈추지 않고, 사랑의 손길은 어느 틈엔가 그곳에 뿌리내린다.

중앙아시아 신(新)실크로드를 건설하고자 분주한 카자흐스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산주의에 의해 신앙의 자유를 잃었던 카자흐인들에게 각 수도회의 사도직 활동은 잊혀졌던 ‘말씀’을 되살리는 원천이다. 특히 카자흐에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 수사들의 활동은 단연 돋보인다.

작은형제회의 해외선교 활동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존 때부터 싹을 틔웠다. 구 소련의 붕괴 후 카자흐가 독립하자 가장 먼저 이 땅에 진출한 선교사는 작은형제회 수사들이었다. 이후 예수회와 프란치스코 교육수녀회 등과 각국 교구 선교사제들이 속속 카자흐에 자리잡았다.

작은형제회 수사들은 현재 전국 교구와 본당, 공소를 비롯해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을 일구고 끌어나가는데 여념이 없다.

대기자만 평균 100명

특히 작은형제회의 활동 중 ‘의료 봉사’는 알마티교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때문에 기자가 이번 탐방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공간도 작은형제회 수도원 안에 갖춰진 무료진료소였다. 알마티교구장인 겐리 T.호봐니예프 주교 또한 카자흐 가톨릭교회를 소개하면서 ‘의료 선교’에 대한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었다.

이곳 무료진료소는 작은형제회 한국관구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현재 한국인 수도자 2명이 파견돼, 의료봉사 뿐 아니라 고려인 선교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관심을 모은다.

알마티교구 주교좌성당과 한 울타리 안에 위치한 수도원의 1층 절반은 무료진료소 공간이다. 월·화·금, 진료가 있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로 북적인다. 기자가 보기에는 결코 넉넉하지 않은 크기였으나, 이만한 공간도 처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나아진 것이란다.

처음 진료소는 옛 주교좌성당 지하에 위치한 조그마한 방 두칸에 어렵사리 둥지를 틀었었다. 때문에 수도회는 지난 1995년 수도원을 새로 지으면서 무료진료소 공간을 가장 먼저 배려했다.

이곳에서는 진료소 원장인 김창남(디에고) 수사를 비롯해 고려인 의사와 간호 수녀 등 총 6명의 의료진이 활동한다. 늘 넘쳐나는 환자들을 돌보기에는 사실상 부족한 인원이다.

진료예약은 대개 2~4개월 전부터 꽉 찬다. 평균 100여 명 이상은 늘 대기자 명단에 남아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의료진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알마티 중심가에서 50km 가량 떨어진 무의촌 자나쟐 지역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펼친다.

가정진료도 지원

평일에는 틈날 때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가정진료도 지원한다. 가정진료에 동행해보니 사실상 진료 시간보다 외로운 노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곳에서의 의료 지원은 모두 ‘고려수지침’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카자흐에서는 수지침의 효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로 신뢰를 얻고 있었다.

특히 원장인 김수사는 카자흐정부로부터 ‘명예 의학박사’ 자격까지 받은 전문가로, 수지침을 보급하는 주역이다. 다른 의료진 또한 한국에서 전문 수지침 교육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렇게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는 데에는 고초 또한 크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운영비. 그나마 고려인 신자들의 도움으로 쑥뜸에 쓰이는 쑥을 현지에서 뜯어 말려 사용하는 것이 운영비를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늘어가는 환자들과 의료기기들을 지속적으로 장만하기 위해서는 후원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헐벗은 이웃 위한 도움의 손길 절실”

◎알마티 무료진료소 원장 김창남 수사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도움의 손길은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습니다. 특히 카자흐에서는 아직 남을 돕는 ‘자선’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교회 후원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입니다.”

알마티 무료진료소 원장인 김창남(디에고.67) 수사는 1993년 현재 알마티 교구장인 겐리 T.호봐니예프 주교와 함께 가톨릭 선교사로서 처음 카자흐에 발을 내딛었다.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도착한 지 열흘만에 진료소부터 열 만큼 카자흐의 의료지원 상황은 열악한 때였다.

다른 의료진들과 달리 늘 흰 의사가운과 수도회 커프스를 함께 착용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김수사는 올해로 14년째 무료진료소에서 활동 중이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진료소 뿐 아니라 알마티 수도원과 빈민식당 책임도 맡고, 수지침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무보수이긴 하지만 카자흐 정부로부터 공무원에 속하는 자격도 부여받았다. 또 그가 운전하는 수도원 차량은 시내에선 구급차로 이용된다.

이러한 김수사의 활동은 교회 안에서는 물론 알마티 지역 사회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목적과 이익을 내세우지 않고, 편안한 이웃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김수사는 수지침 치료를 통해 불임을 치료하고 아기 사진을 보내오는 이들이며, 중풍이 완화된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수사의 마음 속엔 늘 안타까움 또한 남아있다. 환자들이 원할 때 의료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밀려있는 환자들 사이로 응급환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현재로선 의료지원이 항상 부족한 형편이다.

■ 도움주실 분 402-009382-02-018 기업은행 예금주 김창남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문 닫을 위기…

◎작은형제회 ‘무료급식소’

알마티 무료진료소 뒤편 건물에서는 노숙자와 빈민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도 운영된다. 1999년 문을 연 이곳 무료급식소에서는 1주일에 나흘간 점심을 제공한다. 하루 식사하는 이들은 100~150여 명선. 고정 봉사자 2명과 자원봉사자들이 고깃국물에 빵 등의 식사준비와 배급을 돕는다. 특히 무료급식소는 지역사회 안에서 공동선을 실천하는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식사시간 중 무료급식소 옆에 마련된 소규모 진료소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한 진료도 이어진다. 노숙자들의 경우 살이 썩어들어가는 등 심각한 상처를 안고 있거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다른 환자들과 별도로 의료지원을 펼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운영비 대부분을 미국 워싱톤교구와 독일.벨기에 카리타스 등지에서 보내오는 후원금으로 근근히 유지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료급식소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른다. 식당으로 이용하던 집터가 도시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조만간 이전해야하지만, 보상금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규모의 터를 잡기 어렵다. 때문에 김창남 수사는 도시 빈민들을 위한 ‘이동밥차’ 운영을 구상하고 있지만, 계획 실천까지는 요원하다.

사진설명

▶무료진료소에서 1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빅토리아 자뇨바(OSF) 수녀가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방문해 치료를 하고 있다.

▶무료급식소에서는 매일 100~150여 명의 노숙자와 빈민들이 식사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