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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리] 22.성탄시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12-24 수정일 200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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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평화 화해의 뜻 드러내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념하는 성탄은 이제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국가적 축제가 돼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뿌리를 갖고 있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물론이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불과 1~2%에 불과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조차 성탄, 곧 크리스마스는 들뜬 분위기로 흥겹게 보내는 축제의 시간이다.

성탄의 가장 큰 의미는 강생의 신비이고 그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성탄이 지닌 가장 큰 의미 중의 하나는 구세주께서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인류에게 강생하신 것을 기념하는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엄청난 신비의 하나인 강생의 신비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이를 기념하고 기뻐하는 것이 당연하다.

구세주의 구원의 손길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기 예수의 오심을 보면서 장차 다가올 완전한 구원을 고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에서, 집에서 온갖 성탄 장식으로 이날을 화려하게 꾸미고, 캐럴을 들으면서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감사하고 기뻐한다.

그러나 오늘날 성탄은 자주 하느님의 인류 구원에 대한 위대한 업적, 아기 예수가 가장 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의미,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강생하셨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 등 이런 것들이 빠져 버린 채 그저 인간적인 축제로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은 물론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 조차도 성탄의 참 의미를 성찰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절기로서만 성탄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이처럼 엇나간 성탄의 기념을 부추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성탄 ‘대목’이다.

온갖 술집과 상점에서는 성탄을 맞아 들뜬 사람들의 흥청망청하는 소비주의를 부추긴다. 극도의 물질주의에 젖어 있는 세속적 사회 풍조는 성탄을 상업주의와 소비주의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경박한 축제 마당으로 전락시킨다.

성탄은 헤어진 하늘과 땅, 사람과 하느님,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용서와 평화와 화해의 시기이다.

물질적 풍요를 과시하고 만끽하기보다는 적은 것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과연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보잘것없는 인간의 형상으로 세상에 오신 그 참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영원한 생명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도록 보듬는 시기이다.

그 동안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이 있으면 다 못 준 사랑을 마저 주고, 돌아보지 못했던 소외된 이웃이 있다면 그들에게 눈길을 돌려 가진 것을 나누는 때이다. 세상의 일에 휩쓸려서 주님의 일에 소홀했었다면 속절없는 것들을 털어 내고 참된 진리를 찾아 몸과 마음을 다질 때이다.

그래서 주님의 강생의 참 의미를 우리 스스로와 우리 가정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 안에서 드러내고 함께 지내는 것이 바로 성탄을 지내는 그리스도인들의 참된 모습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