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마르코 복음서(49)

입력일 2006-12-24 수정일 200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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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이 전한 예수님 부활 소식은‘믿음’으로 체험 가능한 은총의 사건

11. 빈 무덤과 천사의 예수 부활 선언(16, 1~8)

마르코 복음 전체를 통해 예수님과 제자들은 십자가 사건을 향해 달려 왔다. 겟세마니에서의 체포에서부터 최고의회와 빌라도 앞에서의 신문,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못박혀 돌아가심…. 숨죽이며 지켜왔던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의 안장으로 완전히 끝나버리는 것일까? 죽음은 영원한 끝인가? 사흘간의 침묵은 세상을 멈추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일요일 새벽, 그러니까 유다인의 안식일이 지나면서 잠들었던 만상이 깨어나는 것 같은 조용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해가 떠오르는 새벽, 여인들-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이 예수님의 시신에 발라드릴 향료를 사서 무덤으로 서둘러 달려간다.

관습대로라면 안장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드렸어야 마땅한데 서둘러 장례를 치르느라 때를 놓쳤던 것이다. 그들은 무덤 입구를 막아두었던 큰 돌을 어떻게 치울까 걱정하며 무덤에 이른다. 그런데 눈을 들어 바라보니 돌이 이미 굴러져 있었다.(3~4절)

여자들이 무덤에 들어가 보니 무덤 안에 흰옷을 입은 젊은이, 곧 천사가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전하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 앞서 갈릴래아로 가실 것이니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전하라고 말한다.(5~7절) 갈릴래아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던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 만나 공동체를 이루며 동고동락하던 곳이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보아라, 여기가 그분을 모셨던 곳이다.”(6절)

빈 무덤은 부활의 한 표징이다. 만일 예수님의 시신이 그대로 있었다면 죽은 사람이 부활할 때 시체가 소생한다고 믿었던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천사의 말을 들은 여인들은 덜덜 떨면서 겁에 질려, 무덤에서 도망쳐 나와 두려움에 아무에게도 말을 못한다.(8절) 이러한 모습은 박해 상황 속에서 숨어 있던 마르코 공동체 그리스도인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으로서 부활의 복음을 적극적으로 선포하지 않는 한, 예수님의 제자직분을 온전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마르코 원복음은 끝이 난다. 갑작스런 끝맺음에 대해 끝부분이 유실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오지만 알 길이 없고, 십자가를 강조해 온 마르코 복음서의 전체적인 흐름에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12.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과 제자들의 파견(16, 9~20)

2세기에 이르러 마르코 복음서에 예수님의 발현과 승천 이야기가 빠진 것을 보고, 익명의 다른 편집자들이 긴 결문(9~20절)과 짧은 결문(20절 이하)을 덧붙인다.

긴 결문에서는 다른 복음서와 사도행전, 또 다른 전승 등을 참조하여 예수님의 발현사화와 파견 소식 등을 전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이야기(요한 20, 11~18 참조), 길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루카 24, 13~35 엠마오 발현사화 참조),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루카 24, 36~49; 사도 1, 4~8 참조)등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소개되고, 예수님의 승천(루카 24, 50~53; 사도 1, 9~11 참조)과 제자들의 전도 사명(마태 28, 20 참조)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다른 복음서들과 균형을 맞춘다.

부활사건은 오직 믿음으로 체험될 수 있는 초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두려워 벌벌 떨던 제자들이 완전히 달라져서 힘차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분명 어떤 실제적 체험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15절)

이제 구원은 유다인을 넘어서 만민을 향해 열려 있다. 부활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것 같은 능력이 주어진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능력, 병자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17~18절) 부활 신앙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주어진 은총인 것이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