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어린이가 돼야

입력일 2006-12-10 수정일 200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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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이면 사람들은 인생을 돌아본다고들 한다.

아름다운 새싹이 움트고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다가 이제 그 위세를 접고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이 마치 인생과 같아서일 것이다.

사람도 어린이일 때는 얼마나 어여쁜가? 청춘, 그야말로 말만 들어도 기운이 샘솟는 때이다. 그러다가 성숙한 장년에 이르고 완숙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이제 이별을 생각해야 한다. 나뭇잎처럼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은 떨어지지만 내년이면 다시 솟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떨어진다. 우리의 인생도 나이가 들어 시들어가다가 잎이 떨어지듯 스러지지만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죽는 꿈을 가끔 꾸게 될 때가 되면 천국에 대한 소망도 간절해진다. 그런데 천국을 가고 싶은 사람, 천국을 꿈꾸는 사람은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 14~15)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린이처럼 되어야지 때가 낄 대로 낀 어른으로서는 천국을 꿈도 꾸지 말라신다.

예수님의 어린이 사랑은 남달랐다. 제자들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는 것을 보시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 9, 37)라고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은 순수해서 그런지 금방 친해진다. 만나면 즉시 함께 몰려다닌다. 그러나 어른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쉽게 친해질 수 없다. 우선 따지기 시작한다. 판단하기 시작한다.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내가 손해 보는 사람은 아닐까?’등등.

어린이들은 때가 묻지 않아서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미 때가 끼어 있어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린이처럼 그렇게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들은 의존적이다. 그래서 엄마가 안 보이면 어린이는 울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당신이 없으면 난 살 수가 없다’는 의사표현이다. 어린이를 홀로 두면 굶어죽게 된다. 어른은 구걸하는 능력이라도 있으나 어린이에게는 없다.

우리도 어린이처럼 주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큰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그분 없이도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다는 교만함이 우리의 인생을 피곤하게 하고 멍들게 하고 실패하게 한다.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의탁하는 사람이라야 그분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어린이처럼 순진하긴.”

이 말이 사회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겠으나 우리에겐 어울린다.

※ 10주간 가슴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주신 최기산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12월 17일자)부터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님께서 집필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