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님 이야기]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입력일 2006-12-03 수정일 200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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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사람

어떤 본당이 약간 시끄러웠다. 하기야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언제나 평화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의 얼굴이 다르듯이 마음도 다르고 주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 본당은 젊은이들이 대부분 빠져 나가서 본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터줏대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그런 곳은 젊은 사제나 젊은 수도자가 가면 약간은 힘이 들기도 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아직 권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나이 많은 외국인 사제를 보내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혹시 못 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얼마 후 견진성사 때문에 그 본당을 방문했다. 나는 신부님을 위로하려고 “신부님, 힘든 일이 많으시지요?”하고 인사했다. 그러나 신부님은 뜻밖의 대답을 해 주셨다. “이 본당이 너무너무 좋아요. 수녀님도 너무 좋으시고 신자들이 너무 착하고 잘하세요. 이곳에 오게 돼 너무 감사해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위로의 말을 준비했었는데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신부님이 그렇게 사니까 신자들도 행복해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감사할 것들만 보일 것이다. 매사를 불평불만으로 바라보게 되면 무엇 하나 불평하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

올해처럼 무더웠던 여름이 있었던가? 너무도 무덥다 보니 매일 목욕을 해야 한다. 목욕을 하고 나서 문득 ‘내가 무슨 복이 있어 이렇게 목욕을 매일 하겠습니까!’라고 죄스러움과 함께 주님께 감사를 드릴 때가 있었다.

아프리카의 어떤 이들은 먹을 물을 길으려고 몇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데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도꼭지만 틀면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데 이는 축복의 물이다. 어찌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야 있겠는가!

삶을 돌이켜보면 매사가 감사할 뿐이다. 만일 불평불만이 있다면 이는 사치스러운 불평일 뿐이다. 사지가 멀쩡하면서 무슨 불평을 하겠는가!

시편에는 ‘야훼께 감사노래 불러라. 그는 어지시다. 그의 사랑 영원하시다’(시 118, 1)라고 감사를 강조한다.

바오로 사도는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 16~18)라 하였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십시오’(골로 3, 15)라고 명하였다.

나는 그 신부님에게 말했다.

“신부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신부님이 이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사시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사를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사시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 본당을 떠나오면서 나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저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기에 교구는 앞을 향하여 나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결심하였다. “신부님 저도 언제나 그렇게 감사하면서 긍정하면서 살아가겠어요”라고.

최기산 주교(인천교구 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