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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평신도] 7.평신도 신학자 양성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10-29 수정일 200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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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해석 수용할 능력 배양해야”

신학은 교회와 신앙생활을 더욱 공고히 확립해주는 근본이다. 모든 신자들이 신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신학이 부진할 때 그 교회의 신앙생활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영성의 깊이는 일천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신학의 발전은 교회 공동체의 성숙과 발전에 필수적이다.

평신도 신학자 증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신학이 성직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은 큰 문제중의 하나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평신도 신학자들의 양성과 활동의 장은 한국교회의 연륜이나 성장에 전혀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평신도 신학자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서신학에서는 각종 성경공부 모임을 통해 육성된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그 저변이 확대됐고, 역사신학 분야에서는 중견 연구자들의 기왕의 업적을 비롯해 신진 연구자들도 꽤 움직이고 있다. 교의신학 분야에서도 박사급 연구자들이 각종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수학 중에 있는 평신도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한결같은 고충은 교회 유관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 성과를 발표할 장도 부족하고, 새로이 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일부 연구소와 대학,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신학에 새로이 뜻을 두고 입문할 수 있는 교육 기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대량이 부족하다.

사실 사도시대 직후 교회를 이교도들에게 전파한 것은 평신도들이었다. 또한 초대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들은 성직자가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나 다른 신학파들이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은 교회사의 교훈이다. 교부시대의 많은 교부들과 신학자, 사상가들은 평신도로서 박해를 견디면서 이단과 대항해 싸우기 위해 교리지식을 연마했다.

신학탐구의 역사

한국교회의 역사를 통해서도 평신도 신학자들의 몫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수용 자체가 신학 탐구의 역사였다. 한국교회를 세운 선조들은 천주교 신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데서부터, 즉 신학의 궁구를 통해 신앙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위대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평신도들이 신학을 궁구해야 하는 소명은 교회법에서도 분명하게 지적돼 있다. 교회법은 제229조에서 “평신도들은…각자의 고유한 능력과 조건에 맞는 교리 지식을 습득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들은 교회 대학교들이나 대학들, 또는 종교학문의 연구소들에서 전수하는 거룩한 학문과 지식을…더욱 풍부하게 습득할 권리도 있다. 또한 그들은…합법적 교회 권위로부터 거룩한 학문을 가르칠 위임을 받을 자격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평신도들의 성직자 의존적인 자세나 행동 양식, 수동적인 교회 참여의 이면에는 교리 지식의 부족이라는 단순한 이유 외에도 신학 자체에 대한 무지와 사도직에 대한 이해 및 훈련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 속에서 만사를 복음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 신학자들의 육성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