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부은 여인과 배신한 유다 대조
그리스도의 ‘참 제자’ 모범상 보여
Ⅶ. 사람의 아들(人子)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 (마르 14~16장)
이제 바야흐로 예수님 생애 말기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 친히 겪으시는 수난과 죽음(14~15장), 부활사건(16, 1~8)을 통해서 지금까지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수시로 암시되어 오던 메시아의 비밀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1. 예수님을 죽일 음모와 죽음을 예비하는 예언적인 행위 (마르 14, 1~11)
수난사화 첫 머리를 장식하는 마르 14, 1~11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공생활과 수난사건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 준다.
복음서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의 하나인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여인의 이야기(3~9절)가 예수님을 죽일 음모(1~2절)와 유다의 배반(10~11절) 사이에 샌드위치 구조로 편집되어 있다.
예수님을 배척하는 이들과 수난 받는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참 제자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예수님을 죽일 음모 (마르 14, 1~2)
때는 예루살렘 체류 나흘째 되는 날, 파스카(해방절)와 무교절을 이틀 앞두고 있는 우리 식으로 수요일이다.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경축하는 해방절과 누룩 없는 빵을 먹는 농경 축제인 무교절은 본디 다른 축제였는데 예수 시대에는 같이 지냈다.
해방절은 유다 월력으로 니산달(3~4월) 15일이고, 무교절은 그로부터 한 주간 계속된다.
앞서와 같이(11, 18)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호시탐탐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까 기회를 보고 있다.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여인의 이야기 (마르 14, 3~9)
예수님께서 베다니아의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상을 받고 계시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었다는 도유(塗油)사화가 수난 사화 서두를 장식한다.
드물게도 네 복음서에 다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그 전승 과정이 꽤 복잡하다.
마르코와 마태오에는 거의 같은 형태로(마르 14, 3~9=마태 26, 6~13) 전해지고, 루가 복음서에는 전혀 다른 상황 안에서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 죄인으로 소문난 한 여자가 회개와 감사의 표시로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드렸다는 것이다. (7, 36~38)
그런가 하면 요한복음서는(요한 12, 1~8) 전체 줄거리는 마르코를 따르면서 세부사항은 루가와 닮은 점이 많은데, 향유 부은 여자의 이름이 라자로와 마르타의 동기(同氣)인 베다니아의 마리아로 나타난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도유자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 루가복음의 죄녀까지 같은 인물로 취급하여 문학작품이나 그림에 ‘죄녀였던 막달라 마리아’로 묘사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각각 다른 여인으로 구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하나의 도유 사건이 전승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결과라고 하겠다.
예수님의 죽음을 감지하고 옥합을 깨뜨려 그 안의 향유를 몽땅 바칠 수 있었다는 것은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예수님 목숨의 가치에 비하랴! 아까운 듯 돈으로 환산하고 있는 남자들의 처사가 냉정하기만 하다.
예수님께서는 이름 없는 이 여자가 나에게 ‘좋은 일(선행)’을 하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였고, 온 세상이 ‘기억하게 될 일’이라고 칭찬하신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의 행위는 해방절 기간 중에 특히 강조되는 덕행이고 거룩한 의무였다.
따라서 자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때’의 절박성이 부각된다. 여인의 말없는 행위가 수난의 길을 걸으실 메시아를 축복하고, 그 길을 따라야 하는 진정한 제자로서의 모범을 보여준다.
예수님을 배반하기로 약속한 유다 (마르 14, 10~11)
이야기는 다시 예수님을 배척하는 사람들에게 향해진다.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유다가 음모를 꾸미는 이들을 찾아가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한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들도 ‘적당한 기회(때)’를 노리고 있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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