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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평신도] 5.해묵은 과제, 성직자 중심주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10-15 수정일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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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쇄신은 성직자 성화로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 그리고 공의회의 한국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이 두 가지 중요한 회의의 가장 중요한 정신의 하나는 평신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공의회가 설파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론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공히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지체로서 “그들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참여하여, 교회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 백성 전체의 사명을 각기 분수대로 수행하는 신도들”임을 드러냈다. 그리고 200주년 사목회의의 주요 기조 가운데 하나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교회 구성원 모두의 평등성을 바탕으로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한 공동체로서 적절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문제로 지적되어온 성직자 중심주의는 사목회의가 시도한 새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평신도가 실제 사목과 선교의 동반자로 참여하는 범위는 계속해서 제한적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평신도의 고유한 특성인 세속적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평신도 사도직에 대해 경직되고 잘못된 결과를 잉태하게 하고 이는 다시 교회 발전의 지체로 나타났다. 세속성으로 인해 평신도는 세상과 교회 안에서 특별한 위치에 서게 되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방법으로 현세 질서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불어넣는 존재인데 오히려 이로 인해 성직자나 수도자보다 열등한 존재로 오인된다.

평신도 위상에 대한 자성

이런 현실 속에서 평신도의 위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우선적으로 평신도 스스로를 향한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위원회가 2002년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평신도의 63.1%가 교회 쇄신을 위해 가장 먼저 변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평신도 스스로를 꼽았다.

지난 97년 가톨릭신문이 실시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 의하면 교회를 떠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31.7%가 신자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실망이라고 답해 평신도 스스로의 삶과 신앙에 큰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신자의 사회윤리의식, 생명의식이 비신자들의 그것에 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여러 설문 조사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제반 여건상 성직자 중심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은 평신도들의 변화와 쇄신 뿐만 아니라 성직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목회의의 첫 의안인 성직자 의안은 서론에서 교회의 “쇄신과 복음화는 무엇보다도 성직자들의 쇄신과 성화가 선행돼야 한다”(2항)고 천명한다.

90년대말부터 2000년을 전후해 열렸던 교구 시노드들은 문헌에서 성직자들을 향한 다양한 신자들의 요청을 담고 있는데, 예외 없이 성직자 중심적인 자세와 권위주의의 우려들에 대한 지적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서도 이상적인 사제상에 대해 봉사하는 목자로서의 모습을 기대하며 때로는 사제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가 공동체에 해악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곧 문헌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기본 정신으로서 ‘친교의 교회론’, ‘참여하는 교회상’의 실현과 상통한다.

탈권위주의 요구가 대세

‘한국 근현대 가톨릭연구단’이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천주교에 대한 부정적 평가 가운데 ‘권위적’이라는 평가가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나고, 천주교 내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사제 중심적, 권위적 교회 운영’으로서 32.6%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반성과 성찰은 이제 탈권위주의의 요구가 대세를 이루고 사회 각 부문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오늘날 더욱 강력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 과제는 교회 운영에 있어서의 민주적 변화에 대한 요청, 평신도의 제 자리 찾기와 수평적 쌍방향적 코드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와 교회에서 복음의 설득력을 높이고 교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