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우촌 신앙'이 사라진다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9-03 수정일 2006-09-03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영성·삶에 대한 연구 거의 없어…"더 늦기전에 보존 노력을"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 현양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순교 영성의 모태이자 열매인 교우촌 영성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부족해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한국교회 고유 영성으로 고양시켜야 할 보화인 교우촌 영성이 지금까지 순교영성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톨릭신문이 지난 수년간 열린 교회사 관련 세미나와 학술지 발표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교우촌을 영성적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교우촌 영성의 기본 개념은 물론이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도 없는 셈이다. 또한 이농현상 및 고령화의 영향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교우촌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만큼, 시간을 더 끌 경우 교우촌 영성에 대한 연구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차기진 박사는 “순교영성이 종말론적 영성이라면 교우촌 영성은 육화론적 영성”이라며 “토착화 차원에서도 교우촌 영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순교영성이 구원 및 신앙 정체성과 관련한 영성이라면, 교우촌 영성은 신앙인들의 일상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성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교우촌 영성은 현재 전국 각 교구가 노력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이나 다양한 나눔 활동,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선교운동, 새복음화 운동, 교리교육 등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동체 생활을 기반으로한 활발한 선교활동, 엄격한 교리교육 등 교우촌 자체가 예언직·왕직·사제직의 평신도 사도직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광주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교우촌 관련 세미나에서 ‘교우촌 형성과 영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옥현진 신부(광주 운남동본당 주임·교회사학 박사)는 “목자가 없던 시절에도 언제나 교회 재건의 바탕이 된 것은 교우촌이었고, 가정공동체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 것도 교우촌이었다”며 “투철한 신앙과 가난한 가운데서도 서로 나누는 교우촌 신앙인들의 삶의 실천은 우리에게 커다란 신앙의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교회사연구소장 정종득 신부는 “교우촌 영성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지금까지 이 영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도움을 줄 교우촌 영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