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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평신도] 1.학계·연구소 전문가 활동 확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08-23 수정일 200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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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교회 안에서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자각하고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교회의 전망은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한국교회의 발전과 복음화를 위해서 평신도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성찰해본다.

자발적인 복음의 수용이라는 한국교회의 평신도 전통은 모든 평신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부여된 사도직을 수행해나갈 귀감이다. 그러나 오늘날 삶과 신앙의 괴리, 소극적인 신앙 생활과 수동적인 교회 참여 등 한국 교회 평신도들이 깊이 성찰해야 할 문제들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교회 안에서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진작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신도들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학계이다. 여러 학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연구자들은 신학이나 철학 등 전통적인 교회 학문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교회와의 접점을 모색한다. 3년 동안 총 42편의 논문을 발표한 ‘한국 근현대 100년 속의 가톨릭교회’는 평신도 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30여명의 연구자를 바탕으로 큰 학문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평신도 학자들 움직임 활발

조광 교수(고려대 한국사학과)는 특히 교회사 분야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의 꾸준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더욱 많은 평신도 전문가들이 배출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쌓아나갈 때 교회도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평신도 신학자인 황종렬(레오) 박사는 한국교회의 평신도 신학에 대해 “아직은 개별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전문성이 미흡하다”면서도 “평신도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신학을 체화해 삶으로 매개하려는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포진한 전문가들

각종 연구소에서의 평신도 전문가들의 활동 역시 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전원 신부는 “연구소의 운영 방침 자체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연구해나간다는 것”이라며 “조사 분석이나 사목분야를 연구하는 평신도 전문가들이 이미 연구소 안에 많이 있고 그 활동 폭은 더욱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사목연구소는 연구소 운영위원회에도 평신도 위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각종 성경 공부 모임이나 교구나 본당의 신앙 교육 프로그램 외에 다양한 연구 모임이나 강연회 등도 마련된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의 ‘언론인신앙학교’는 신자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까지 8기 수료자를 배출했다. 원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생태복음화 강좌’나 미래사목연구소의 ‘천주실의 강학회’도 독특한 형태와 주제로 호응을 받았다.

교육이 관건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은 역시 교육 프로그램이다.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오랜 박해를 겪은 한국 평신도들은 성직자 의존도가 높다”며 “이러한 의존심을 벗어나 자신의 사도직 완수를 위한 평신도의 의식 전환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은 “평신도들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며 “삶의 체험을 나누는 선교포럼 등 평신도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협은 9월 11일부터 하상신앙대학을 개최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개설할 예정이며, 산발적인 교육을 탈피해 통합적 교육 체계를 갖추기 위한 ‘평신도 학교’도 구상 중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