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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평신도] 2.한국교회 평신도, 그 위대한 전통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08-27 수정일 200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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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참여하는 교회상 실현을”

침체·동적인 신앙자세 반성 절실

다시 스스로 깨어나 복음화 새주역돼야

“이 땅에의 교회 전래와 평신도의 관계는 세계 교회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었다. 평신도에 의해 교회가 시작된 일은 일찍이 로마 교회에도 없었던 사건이다. 그뿐 아니라 목자 없이 한국 평신도들은 장구한 기간에 걸쳐 온 생활을 희생하고 마침내는 목숨을 바쳐가며 신도의 일반 사제직을 훌륭히 이행하였고, 실천 생활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복음을 온 겨레에게 전하여 예언직을 수행하였다.”(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평신도 의안 제1항 중에서)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사제품을 받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순교했다.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는 서품 후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조선의 양떼들을 돌보다 쓰러졌다. 우리는 모두 그 위대한 사제의 삶을 열렬히 기억하고 현양하며, 그분들이 남기고 간 그 뜨거운 열정과 하느님께 대한 충성을 본받아 살아가기 위해서 다짐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그 위대한 사제들에 못지 않는 믿음, 깨달은 진리를 몸소 삶으로 실천할 수 있는 영적 에너지를 가진 평신도 신앙 선조들의 위대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한국 천주교회 전래 200주년을 기념해 전국 차원으로 열렸던 사목회의 평신도 의안은 이러한한국 평신도의 위대한 전통을 의안 맨 앞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사목회의 의안 뿐 아니라, 평신도의 자발적 신앙의 수용란 유례없는 역사와 전통은 모든 평신도 관련 의안들에서 공통적으로 상기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교회입니다. 그 독특한 역사답게 한국 교회 평신도들은 성직자가 없을 때에도 성실하게 신앙을 지켜왔으며, 수많은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키고 이웃에 전한 자랑스러운 전통 위에서, 열심한 마음과 헌신의 자세로 교회 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문헌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중 평신도 편 중에서)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의 이 위대한 전통은 그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상통한다. 사목회의 의안이 일러주고 있듯이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신도로서의 일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을 수행하며 오늘의 평신도와 그 사도직의 귀감이 됐다. 사목회의 평신도 의안은 3항에서 “공의회 전체가 평신도를 위해 있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공의회는 ‘친교의 교회상’, ‘참여하는 교회상’을 실현토록 권고하며, 평신도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아래에 존재하는 ‘부수적이거나 혹은 이차적인’것처럼 생각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평신도는 하나의 머리 아래 그리스도의 한 몸을 구성하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함께 하는 한 하느님의 백성임이 공의회에 의해 천명됐던 것이다. 그야말로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백성 중에 들고, 그들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참여하여, 교회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 백성 전체의 사명을 각기 분수대로 수행하는 신도들”이다. (교회헌장 31항, 평신도 교령 2항, 평신도 그리스도인 14항 참조)

오늘날 평신도들의 침체된 신앙, 삶과 신앙의 유리,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신앙 자세 등등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나타나는 많은 반성들은 한국 평신도의 전통과 공의회 정신에 비추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평신도 전통과 공의회 가르침은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들이 스스로 깨어나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신앙의 선조, 특히 평신도 신앙 선조들의 삶과 신앙에서 그 모범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