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9.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하) 유럽 최초의 소년 합창단 ‘몬세랏’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7-23 수정일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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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청소년 신앙교육의 뿌리

5:1경쟁 선발되면 ‘가문의 영광’

영혼 울리는 천상화음에 전율

스페인 = 우광호 기자

유럽 교회에는 있는데 한국교회에는 없는 것이 있다. ‘최정예 가톨릭 복음전파 소년 생도’로 일컬어지는 ‘소년 합창단’이다. 부모는 ‘신의 음악’을 위해 거리낌 없이 자녀를 교회에 맡기고, 아이들은 철저한 음악교육을 통해 ‘신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신앙인들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신의 은총’을 찬미한다. 그 소년 합창단의 효시, 유럽 최초의 소년 성가대원 양성소가 바로 스페인에 있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했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물 한 모금 나오지 않는 돌산, 가파른 경사…. 하지만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그것도 어른이 아닌 어린 아이들이다.

몬세랏 소년 합창단(Escolania de Montserrat)은 현재 8~13세의 소년 48명과 교사 33명이 기숙생활을 하며 성음악을 중심으로한 전인교육을 받고 있다. 불교로 치면 동자승들인 셈이다. 몬세랏 합창단의 유래를 알려면 14세기의 까마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목동이 찾은 은총의 땅

1000년 전. 지금도 그렇지만 몬세랏은(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40분, 다시 산악용 미니 기차를 갈아타고 20여분을 더 가야 한다) 거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어느 날, 한 목동이 우연히 이 산을 찾았다가 동굴에서 얼굴과 몸이 온통 검정색인 성모상을 발견한다. 신기하게 여긴 목동은 성모상을 가지고와 주교에게 보였고 주교는 성모상을 주교관에 모셨다.

다음 날 아침.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성모상이 없어진 것이다. 목동이 다시 산으로 가보니 성모상은 처음 있던 그 자리에 있었다. 주교는 성모상을 산에 모시기로하고 그곳에 성당을 짓고 수도원을 세웠다. 수도자들은 전례 음악을 도울 소년들이 필요했다. 한국의 절에 동자승이 생긴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 그렇게 몬세랏 소년 합창단이 생겨났고 이후 스페인 교회 청소년 교육의 중심에서 최정예 신앙 청소년을 양성하는 ‘교회의 뿌리’역할을 해온 것이다.

1:1 교육으로 신앙청년 키워

그 뿌리는 지금도 튼튼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자녀를 이런 오지로 보낼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들을 몬세랏에 보내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것은 경쟁률이 반증한다. 매년 12~15명의 소년을 선발하는 데, 60~100여명이 몰린다. 5대 1의 높은 경쟁률이다. 선발기준도 엄격하다. 일단 목소리 등 음악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한 달여 함께 생활해 본 다음, 기본 품성을 판단한다.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장난끼 많은 아이들은 당연히 탈락. 일반 학문의 성취도도 심사한다.

그렇게 뽑힌 아이들은 이곳에서 전인교육을 받게 된다. 개인 성악과 합창, 피아노는 기본. 바이올린, 첼로 등 개인 별로 악기 하나씩은 반드시 통달해야 한다. 또 전례와 성서, 교리는 물론 일반 학교의 모든 학과목을 전담 교사의 일대일 교육을 통해 배운다. 단순히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연마하는 앵무새가 아닌, 가톨릭 신심에 푹 빠진, 전인적인 신앙 청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을 성가로 찬미할 때가 제일 기뻐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2학년인 니콜라스(9)를 통해 스페인 교회의 숨은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없는 것을 가진 스페인 교회가 부러웠다.

니콜라스가 “나 지금, 바빠요”라며, 왼쪽 눈 한번 찡긋 거리곤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오후 5시30분. 개인별로 음악실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매일 저녁기도와 저녁식사 전에 실시하는 합창 연습 시간이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었다.

이럴 수가…. 팔 다리가 ‘찌르르’했다. 그것은 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천상의 소리였다.

■인터뷰/몬세랏 소년 합창단 총책임 마누엘 수사 인터뷰

“음악성과 인성 갖춘 신앙인 양성에 주력”

“학생들이 음악에 몰두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급적 외부에 나가서 공연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몬세랏 소년 합창단 총책임자 마누엘 수사(Manel Gasch i Hurios, OSB, 성베네딕도회)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몬세랏 합창단’이 귀에 낯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누엘 수사는 “몬세랏이 유럽 최초 소년 합창단인데다가 음악성도 최고 수준이어서 스페인과 유럽에서는 명성이 높지만, 우선 연습에 치중하기 때문에 공연 횟수를 늘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럽 외 지역에서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고 설명했다. 유명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합창단의 질적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합창단의 질적 수준과 함께 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전인교육이다. “물론 최고의 성음악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훌륭한 인격과 높은 학문적 성취, 수준 높은 예술성을 고루 갖춘 신앙인을 양성하는 것이 일차 목표입니다.”

전인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종교교육. 마누엘 수사는 소년들이 성장하면 가톨릭 교회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교회의 희망입니다. 이곳 청소년이 성장하면 나중에 가톨릭 신앙을 증거하는 훌륭한 청년들이 될 것입니다. 이런 청년들이 늘어날 때 성모님도 기뻐하시지 않겠습니까.”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두 번 공연을 했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활기가 넘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언제가 때가 오면 한국교회 신자분들과도 음악으로 대화할 날이 오겠지요.”

사진설명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아래에 자리한 몬세랏 수도원 전경(맨위 좌측).

▶합창단원들이 첼로 연습 도중 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맨위 우측).

▶몬세랏 소년 합창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합창단원들이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마누엘 수사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