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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8.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중) 청년사목의 대안 ‘삼위일체 사목’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7-16 수정일 200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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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방향서 압박 “이래도 성당에 안와?”

“어떻게 해야 하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느냐’다. 스페인에서 만난 교회 관계자들은 대부분 “21세기 물질문명과 과학문명의 영향으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며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교회의 위기’라는 말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청년들은 이제 더 이상 종교 단체는 물론이고 사회 단체에 조차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앙은 아예 제쳐두고 사는 ‘무늬만 신자’인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청소년 청년 문제를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청년 사목 전문가들이 모여 사목 방향을 의논했고, 대안을 모색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삼위일체 사목’. 바르셀로나 대교구는 현재 교회에서 멀어지려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세 방향에서 압박하고 있다. 소위 ‘압박 사목’이다. “이래도 성당에 나오지 않겠느냐”다.

▲ 첫 번째 압박 : 모일 수 있는 공간과 기회 제공

삼위일체 청소년 청년 사목의 첫 번째는 ‘땅’을 마련해 주는 것. 바르셀로나 대교구 청소년 청년 사목국장 안토니 로만(Antoni Roman) 신부는 “청소년 청년 사목의 가장 첫 번째 출발점은 모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의 확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먼저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

바르셀로나 대교구는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오후, 교구 청소년 청년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후에는 조촐한 파티도 마련된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청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눈덩이 불어나듯 늘더니 최근에는 대성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호응을 보이고 있다. 또 마리아 관련 축일에는 매번 청년 철야 기도회를 갖는다. 특히 성탄 전후와 성주간, 여름 휴가기간에는 대규모 청년 기도 모임을 개최, 청년들이 성당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12~15세 청소년을 위해서는 별도로 전국 규모 대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 두 번째 압박 : “모였으니 이젠 배우자”

“모였으니 이젠 배우자.”

일단 청소년 청년을 교회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한 바르셀로나 대교구가 선택한 두 번째 압박은 철저한 신앙교육이다. 이에따라 청소년 청년을 위한 세미나와 강좌가 수시로 열린다. 교구는 물론이고 각종 청년 관련 단체와 학교 차원에서 열리는 교육만 수백여개. 단순히 일방통행식 교리지식 전달이 아니다. 인생관과 신학에 대한 철학적 토론은 물론이고 고전과 성경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해석이 뒤따른다.

지적 유희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신앙과 내세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과 묵상도 함께 나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었던 갈증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성당에 가면 허전한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수 십여개의 세미나를 섭렵하는‘세미나’광(狂)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원할히 이뤄지게 하는데는 ‘지도자 양성 노력’도 한몫했다. 청소년 청년 관련 지도자로 공식 인정받는 수백여명이 청소년 청년 지도자 연합회라는 조직을 통해 청소년 청년 사목 활성화를 맨 앞줄에서 이끌고 있다.

▲ 세 번째 압박 : 지속적인 활동 뒷받침

모이고 기도하고 공부했으니, 이제는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바르셀로나 대교구는 청소년 청년들이 “우리 한번 모여 ○○이라는 활동을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면 “그래 그래. 지원은 충분히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대로 마음껏 해라”고 말한다. 교회는 청소년 청년의 활동터이자 동시에 그 터를 만들어 주는 든든한 조력자인 셈이다.

최근에는‘전교하는 청소년’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해외 봉사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복지시설 및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도 교구단위에서 조직돼 있다.

떼제 공동체 모임과 각종 청년 심신단체, 예수회와 살레시오회 등 각 수도회의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도 적극 후원한다. 또한 환경, 생명, 정치 문제와 관련한 전국 단위의 청소년 청년 모임 결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포콜라레, 가톨릭 청소년 기구, 가톨릭 스카우트 등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다.

삼위일체 사목의 위력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각종 교구 행사 때 마다 청년들이 봉사를 자청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 청년을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철야기도 등을 통해 기도에 맛을 들인 청년들이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도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안토니 신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안토니 신부는 “교구와 각 본당, 가톨릭 중고등학교, 포콜라레 등 청소년 청년 단체간의 유기적 연대가 중요하다”며 “산발적이고 일회적인 대응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청년 사목 틀 마련을 위한 고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청소년 청년 사목국장 안토니 로만 신부

따라오라 “NO” 함께가자 “OK”

“청소년과 청년의 언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안토니 로만(Antoni Roman)신부는 “21세기의 청소년 청년 사목은 ‘따라오라’가 아니라 ‘함께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마음에 접근하기 위해선 각종 대중 매체와 인터넷, 그리고 문자 메시지 등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청년과 청소년은 이제 더 이상 종교단체에 속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앙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속박을 싫어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첫 단추는 무엇일까. 안토니 신부는 청소년 청년 사목 해법의 가장 첫머리에 ‘지도자’를 올렸다.

“지도자 양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지도자 한명이 수 백 수 천명을 하느님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청년 지도자들의 증거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하느님 은총에 충만해서 증거하는 삶을 살 때 그들을 바라보는 청소년과 청년도 올바른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안토니 신부는 “한국교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신앙 활기가 최근 유럽교회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청년과 스페인 청년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바르셀로나 대교구 청년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교구 청년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의 청년. 바르셀로나 대교구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청년을 교회로 다시 불러 모으느냐’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대교구 청소년국이 제작한 티셔츠에 새겨진 로고. 문명의 이기(바코드)에 사로잡히지 말고, 성령의 힘으로 새로 태어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토니 로만신부는 아시아 국가 청년들의 활발한 신앙이 유럽 교회 청년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