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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7.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상) 청소년 청년 사목의 가교, 견진성사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7-09 수정일 200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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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봉사 통해 ‘평생신앙’ 심는다

2~3년 교리후 2~3년 후속 모임

성숙한 신앙인으로 이끄는 축제

전통적 가톨릭국가. 스페인 사람들은 태어나면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성인이 되면 성당에서 결혼하고, 죽으면 성당 묘지에 묻힌다. 집집마다 성모상과 성모 성화를 모시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고, 성인 공경에 대한 신심도 각별하다. 하지만 스페인도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향락주의의 파고에서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청소년사목의 한 관계자는 “많은 스페인 젊은이들이 종교를 과거의 유산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주일미사 참례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교회는 과연 이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을까.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교구를 방문, 젊은이들을 위한 스페인 교회의 노력을 들여다 봤다.

무시할 수 없는 신앙의 뿌리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유행했다는 그 말. 삼국지에도, 조선왕조실록에도 빠지지 않는다는 그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택시 안에서도 역시 똑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문제입니다.” 37년째 바르셀로나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마누엘 로드리게스(Manuel Rodriguez, 60)씨. 스페인 젊은이 사목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젊은이들이 대부분 성당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씨는 그러나 “스페인 젊은이들은 비록 성당에는 잘 나가지 않지만 혼인성사 만큼은 반드시 성당에서 받으려 하는 등 그 신앙 뿌리는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교구에서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많은 사목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청년 신앙이 활성화되는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교회가 젊은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려 했지만 택시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도심 북쪽에 위치한 성심 수도회 성당. 바르셀로나 대교구장 루이스 마르띠네스 씨스타치(Luis Martinez Sistach) 대주교 주례로 청년과 청소년을 위한 견진성사가 열리고 있었다. 견진대상자는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까지 10여명. 성당 안에는 이들 외에도 가족과 친척, 친구 등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견진 대상자 1명에 20여명 이상의 축하객이 함께한 셈이다.

청소년 청년 사목의 축

“레눈시아스 사파나.”(Renuncias Safana, 악을 끊어버리겠습니까)라는 대주교의 질문에 청소년 청년들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씨, 레눈시오.”(Si, Renuncio, 예 끊어버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유가 이뤄지고 안수를 받았다. 견진 대상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과 친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대교구에서 견진성사는 단순히 형식적 차원에서 거행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신앙을 견고히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교리 기간도 2~3년으로 길다. 또한 성인이 되는 시점에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대체로 고등학교 재학 시기에 교리가 이뤄진다.

어린이들을 위해 첫영성체 교리교육이 있다면, 청소년 사목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견진교리가 있는 것. 특히 견진교리는 단순한 교리지식 뿐 아니라 나눔 실천의 장으로서도 활용된다. 그래서 견진교리 대상자는 교리기간 중 반드시 복지시설 자원봉사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견진교리는 또 청소년 사목과 청년 사목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견진교리 후에는 2~3년 동안 후속모임이 이뤄지며, 이 모임을 통해 청년들은 신앙의 끈을 이어가게 된다.

마르띠네스 대주교는 “견진교리야 말로 청소년 청년 사목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견진교리가 청소년 청년시기에 제대로 이뤄진다면 평생 동안 마음에 안고 갈 신앙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견진교리가 이뤄지다 보니 견진성사를 받는 것은 스페인에서 대단히 축하할 일로 여겨진다. 이날 견진성사에 많은 축하객이 모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

견진성사를 축제의 장으로

2년 동안 견진교리를 받았다는 가브리엘라(Gabriela, 17)양은 “견진성사를 통해 주님께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라며 “앞으로 더욱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브리엘라의 어머니는 “딸이 앞으로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며 이웃도 함께 사랑하는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견진성사를 받지 못해 뒤늦게 교리를 받았다는 하비에르(Javier, 28)씨도 “내 생애에 최고로 감동적인 날”이라며 “그동안 견진성사를 받지 못해 항상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그 짐을 벗어던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견진성사 후 축제가 벌어졌다. 부모와 친척, 친구들이 한데 어울려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견진성사의 은총을 이렇게 감사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견진성사가 축제로 승화하는 모습에 감탄하는 기자의 말에 동행한 스페인 위로의 성모회 최효선(카타리나) 수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것이 스페인 교회 청소년 청년 사목의 모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바르셀로나 대교구 청소년 사목국장 안토니 로만(Antoni Roman) 신부를 만나면 스페인 교회가 청소년과 청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교구청에서 만난 안토이 로만 신부는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바르셀로나 대교구 현황

▲ 신자 450만명 ▲ 성당 495개

▲ 사제 395명 ▲ 종신부제 35명 ▲ 신학생 35명 ▲ 교육 : 바르셀로나 관내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50%가 가톨릭계 학교

◎“진리를 사랑해 주십시오” - 한국 청소년 청년들에게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우리(스페인)뿐 아니라 한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리를 사랑해 주십시오. 세상(세속)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가면 안됩니다. 거짓에서 오는 즐거움 그리고 순간적인 쾌락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양심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주님을 따르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항상 인간과의 만남을 원하십니다. 예수 안에서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의 본질을 찾길 바랍니다. 특히 예수님은 성체성사안에 살아계시고 현존하십니다. 하느님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 안에서의 일치는 사랑의 나눔을 가능하게 합니다.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게 합니다. 지구촌 저쪽에서 고통받는, 한조각 빵을 호소하는 가난한 이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청소년과 청년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자각해야 합니다. 우리 삶은 거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무상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이 선물을 잘 가꾸어 가야 할 것입니다. 그 노력 속에 진정한 행복의 해답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대교구장

루이스 마르띠네스 씨스타치 대주교(사진)

사진설명

▶2년여의 교리 후 견진성사를 받은 가브리엘라(17, 오른쪽 첫번째)양이 친구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대교구장 루이스 마르띠네스 씨스타치 대주교가 견진성사에서 성유를 바르고 있다.

▶루이스 마르띠네스 씨스타치 대주교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