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도전! 가톨릭(예비신자, 세례받기까지) 13

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6-06-18 수정일 2006-06-18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세례식에 가족들도 오라고 하세요…모두들 축하합니다”

“큰 아이도 함께 세례받아 집안 경사”

독서실을 방불케 했다. 6월 10일 본당 만남의 방에 모여있는 예비신자들은 저마다 손에 기도문을 꽉 쥐고 있었다.

“기도 못 외우셨어요?” “…” “드디어 신부님 면담하시는데 떨리진 않으세요?” “…”

묵묵무답.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물었다. “그동안 공부는 많이 하셨어요?” 1팀 예비신자 교리반의 청일점 김태식(73)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난 아무것도 몰라.”

교리교사가 다가왔다. “이제 신부님 면담하러 갈 겁니다. 준비하세요.” 예비신자들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사제관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안. 김태식 할아버지가 사라졌다. “할아버지 어디가셨죠?” 교리교사의 물음에 예비신자들이 대답했다. “아까 계단으로 올라가시던데.”

사제관까지는 5층. 고령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늦게 가고 싶은 마음에 계단을 택하셨다.

사제관 문을 열고 6명의 예비신자들이 본당 주임 김정남 신부와 마주 앉았다. 모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표정.

무거운 분위기 속에 김신부가 말했다. “기도 외우셨죠. 주님의 기도로 면담 시작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호경 까지는 좋았다. 이내 예비신자들의 입이 다시 닫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김신부가 시작했다. 눈을 하도 꼭 감아 예비신자들의 눈가에 주름이 더욱 깊게 패였다. 기도손도 앞을 향하는 손이 있는 등 가지각색이다.

어렵사리 기도를 마치고 질문이 시작됐다. 먼저 채영자(66) 할머니. “가족 중에 신자가 없네요.” “네.” “남편이 반대 안하시나요?” “제가 좋아서 나와요. 남편도 잘 갔다 오라고 얘기해줍니다.” “세례 받을 때 가족들 다 오라고 하세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니까요.” “네…”

남편이 불교신자인 강성아(36)씨에게 질문이 이어졌다. “영세 때 가족 모두 오라고 하세요.” “네 이번에 큰 애도 세례를 받습니다.” “가족 중에 2명이 세례 받으니 큰 경사입니다.”

이날의 스타 김태식 할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오라는 말에 우물쭈물했다. 아들이 멀리 살아서 못 온단다. 아들이 어디 사냐고 물었다. “영등포요.” 다들 박장대소. 영등포와 고척동은 넘어지면 코닿을 거리다.

면담을 마치며 김신부가 말했다. “세례 받으시는 여러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한 예비신자들이 사제관을 나섰다. 이들은 3일간의 종합교리 후 6월 18일 세례를 받게 된다.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