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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신부이야기] 5.“신부님 안수해 주세요”

입력일 2006-05-14 수정일 200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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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안수해 주시면 안되나요?” 주일 교중미사가 끝나고 몇 명의 자매님들이 나에게 다가와 하신 말씀이었다. 병색이 역력했다. 그분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분들이 암으로 투병하심을 알았다. 그리고 그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본당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심을 알게 되었다.

안수를 받으시면서 그분들이 흘리시는 눈물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신자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 한 자매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신부님 그동안 하느님을 떠나 살아왔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더 가지려했고 하느님보다는 세상이 주는 행복에 만족해 사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 자매님의 나이는 사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세상이 주는 행복이 내 영혼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많은 것을 소유했지만 이제 건강을 잃으니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게 되었다는 그 자매님의 말씀이 다시금 인생의 참된 길에 대한 묵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고 난 뒤 하느님을 찾게 되는 나약함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인생길에서 지름길로 가는 방법만 찾다보니 나 외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질 않고 내 것만 채우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간다.

좀 더 빨리 참된 길을 발견한다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 길에 대한 답을 알면서도 불편함과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르길 원하지 않는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시는 그분들이 삶을 잘 살지 못해 하느님께서 그분들에게 고통을 허락하신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현실 안에서 그분들이 당신을 통해 내적으로 강해져 병을 이길 수 있도록 은총을 허락하시는 분이시다.

요즈음 미사에 참례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 늘 밝게 웃음을 지으신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신앙심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이 그분들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병으로 늘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늘 그분들이 하느님을 찾기를 기도한다.

그동안 용서하지 못한 이웃들도 모두 용서하여 마음의 앙금을 버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착한 자녀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최혁순 신부(춘천교구 현리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