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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신부이야기] 4.나의 이웃은?

입력일 2006-05-07 수정일 20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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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장애우들의 괴성이 아름다운 천상소리로 들려

우리 본당 주변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들이 주일미사에 함께한다.

처음 이곳 본당으로 파견되고 미사를 집전하던 날이었다.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분주한 모습들…. 미사를 어떻게 마쳤는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신부님이셨더라면 능숙하게 대처했겠지만 나는 온통 분심 속에서 미사를 마쳤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분심이 들었던 사람이 나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많은 신자 분들이 미사 안에서도, 미사가 끝난 후에도 그들과 친근하게 대화하고 손을 잡아주며 웃는 것이었다. 주변에 그러한 시설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신자분들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자주 함께하다보니 그들을 남이 아니라 한 가족같이 생각하시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움도 있었지만 부끄러운 내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미사 안에서 그들이 내지르는 괴성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로 들린다. 미사 후 내 손을 꼭 한 번씩은 만지고 가려하는 그들에게서 해맑은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함께 하지 않고서는 어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함께함에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 함께 있음에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음을 그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요즈음에는 그들 중 몇몇이 세례성사를 받아 성체를 모시고 있다. 성체를 모시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얼마 전 장애인의 날을 지냈다. 장애우들은 하느님께서 버리신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선택하시어 잘 다듬고 아끼고 사랑을 불어넣어 보석으로 만들라고 우리에게 선사하신 선물일 것이다.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함께 했던 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을 통해 천상에 대한 약속이 이루어짐을….

최혁순 신부(춘천교구 현리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