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유럽을 가다] 2.이탈리아 밀라노대교구 (중)교구-본당-기관 하나된 ‘젊은이 사목’

장병일 기자
입력일 2006-04-23 수정일 200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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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니콜라본당 오라토리움 참가 학생들이 산행을 하고 있다. 오라토리움은 신앙과 삶의 수련장이다.
만남의 자리 ‘오라토리움’으로 신앙 성숙

자치단체, 오라토리움 활성화 지원

문화·도덕·직업교육 나눠 ‘대학사목’

【밀라노 장병일 기자】

신앙수련장 ‘오라토리움’

신앙과 삶의 수련장인 ‘오라토리움’(oratorium). 밀라노대교구 젊은이들의 신앙 근거지다. 젊은이들은 이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오라토리움은 하느님 말씀을 통해 일상속에서 성숙한 자아형성을 하는 장소이자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생활을 한 젊은이는 그렇지못한 이들에 비해 ‘높은 신앙성숙도를 지니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오라토리움은 특정 공간에 한정지어지는 물리적 장소라기보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반적 장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오라토리움의 중심은 본당이다. 교구지침에 근거, 구성되는 각 본당 오라토리움은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인식시켜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돕는다.

성 니콜라본당을 찾아서

관할 지역민 1만6천여명, 주일미사 참례자 2천여명인, 밀라노 데르가노 지역의 성 니콜라본당 오라토리움을 살펴보자. 오라토리움은 △~11세 300명(견진성사 전의 어린이) △12~14세 40명(견진성사를 받은 어린이) △15~17세 30명(청소년) △18~19세(본당 내 활동, 그룹 미 결성) △20~30세 15명(19세에 교구장에게 신앙선약을 하고 오라토리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이나 금요일, 혹은 주일에 모여 식사, 교리교육, 기도, 놀이를 하며 신앙을 다진다.

이와함께 방과 후 모임도 진행되고 있다. 신자나 비신자 구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모임에서 오라토리움 관계자들은 참가자들의 학교 과제를 돕는 등 다양한 나눔활동을 펼친다. 또한 오라토리움은 운동장을 매일 오후 3시30분부터 7시까지 개방한다. 대부분 시내 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없어 이 오라토리움 운동장이 초등학교 운동장 역할을 한다. 또한 오라토리움 내 대강당도 매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개방해 여러 모임을 갖는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자치단체 지원도 한몫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오라토리움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밀라노를 포함하고 있는 롬바르디아 주는 주법으로 오라토리움의 중요성과 재정지원 방안을 규정해 놓고 있다. 밀라노 시내 171개 오라토리움 간의 연대를 위한 교회조직인 밀라노시 오라토리움 협회는 밀라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많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엽은 교구 차원이나 각 본당과 직접적으로 이루어 지는 경우도 많다.

성 니콜라본당의 경우, 여름 캠프는 밀라노시에서 지원을 받고, 방과 후 모임은 롬바르디아 주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 밀라노 오라토리움 협회는 영성훈련 캠프(11월 중순)나 예루살렘 성지순례, 밀라노 시내 영성 소풍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은 하나의 작은 교회

그러면 밀라노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신앙은 어떨까?

‘대학은 하나의 교회’. 밀라노 대교구 대학사목을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그리스도 공동체로서, 1주일에 8~10시간 정도 그리스도인임을 느끼고 증명할 수 있는 활동들이 펼쳐진다.

밀라노대교구의 대학 사목 관점은 크게 △문화교육 △도덕교육 △직업교육으로 나눈다. 이러한 관점은 기도와 복음나누기, 그리스도 전인교육 직업의식에 대한 고찰, 공동체적 삶 체험, 봉사활동(카리타스) 등으로 구체화 된다. 대학사목은 여러 교구에서 온 청년들의 신앙성숙도를 반영해 진행한다. 밀라노대교구는 12세에 견진성사를 받지만 나폴리대교구는 25세에 견진성사를 받는 등 각 교구들의 차이점을 고려한다는 말이다.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도 대학사목의 중요 포인터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신자교수들을 대상으로 복음과 관련한 토론회를 갖고 비신자 교수들과는 직업의식이나 문화 등을 소재로 한 토론회를 펼친다. 밀라노국립공과대학교 경우에는 5월 8일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직업윤리에 대한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밀라노 젊은이의 품성

밀라노 시민 중 3% 정도만 밀라노 출신, 1/3은 밀라노 북동쪽 베네토 지방 출신이며, 근 절반이 이탈리아 남쪽 지방 출신 등 다양한 지역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현재 밀라노 사람들의 공통적인 신앙 습관을 말하기는 곤란하다.

밀라노대교구는 전통적으로 청년 조직이 잘 짜여져 있고, 청년 활동이 왕성한 교구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최근 밀라노 시의 청년활동이 밀라노 현 내의 다른 중소 도시들보다 위축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경 17세 청소년의 오라토리움 참여 학생이 100명이었다면 지금은 15명 정도로 감소했다. 그러나 오라토리움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매우 높은 신앙 성숙도’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교구장과 젊은이의 만남

밀라노 대교구장 디오니지 테타만치 추기경은 한해 동안 보통 7번 정도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3월 25일 가톨릭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의 만남 △4월 8일 부활 전 주 토요일에 18세 젊은이들에게 믿음 교리서를 낭독하고 배포 △5월 13일 14세 청소년들과 사크로 몬테 산행 묵주기도 △5월 26일 각 본당 오라토리움 청소년들과 만남 △6월 2일 밀라노 ‘시로 경기장’에서 청소년 견진성사 △9월 29일 19세 청년들 교구장에게 신앙서약서 제출 △12월 12일 밀라노 체육관에서 오라토리움의 젊은이 5000~6000명과 만남. 올 한해 테타만치 추기경의 일정이다.

교구장과 젊은이들 간의 이러한 지속적 만남은 젊은이 사목의 방향과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인간적 유대로 단합해”

■성 니콜라본당 청년담당 치우치 신부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함께 하다보면 놀이와 기도, 교리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죠.”

밀라노대교구 본당들 중 ‘젊은이 사목의 모범 본당’이라는 말을 듣는 성 니콜라본당 젊은이 담당 안드레아 치우치 신부는 ‘젊은이 사목 방법’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제시한다.

치우치 신부는 또한 오라토리움의 여러 역할 중 ‘인간적 유대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본당 신부들과 친밀한 관계 유지, 오라토리움 참가자들 서로간의 결속력 등 이러한 인간적 유대를 통해 그리스도 공동체 삶속에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치우치 신부는 “8~9세 이후에 성당을 찾지 않던 사람도 나이가 들어 성당을 다시 찾는다”며 “이는 신부와 교회를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2년 사제품을 받은 치우치 신부는 현재 밀라노 오라토리움협회 코디네이터와 밀라노대교구 교리입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찾아가는 사목 중요”

■밀라노공대 사목책임자 마르실리노 신부

엔지니어 출신인 알베르토 마르실리노 신부. 청년대학생들과 함께 한 지가 8년째 접어든 베테랑 젊은이 담당 신부다. 직함은 밀라노국립공과대학 사목책임자.

이 대학의 올해 사목 표어는 ‘찾아서 찾아서’다. 마르실리노 신부는 “젊은이를 찾아가는 사목이 돼야 한다”며 “앉아서 기다릴 여유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학은 기회의 장소이고, 대학 사목 또한 기회의 사목이죠.” 대학이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장이라며, 이 곳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알리고 실천하게 만드는 일은 젊은이 사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본당에서 대학생들의 직업의식이 직업윤리와 문화 등을 다루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학 사목과 관련, 전문지식을 겸비한 전담 신부가 이런 부분들을 담당해야 합니다.”

마르실리노 신부는 “밀라노 젊은이들 중 대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대학생 사목에 대해 교구 차원의 관심이 보다 증폭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