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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신부이야기] 2.주일미사 한번 궐했다고 어깨 들썩이며 울다니…

입력일 2006-04-23 수정일 200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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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소 안에서는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얼마 전 고해성사를 드릴 때였다. 한 형제님께서 어깨를 들썩이며 우셨다. 당황했다. 그런데 사연을 듣고나서는 더 황당했다. 형제님이 고백한 죄는 주일미사를 한번 궐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분이 장난하나’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 형제님은 자신의 게으름과 교만함으로 주일미사를 빠지게 되었다며 진정으로 가슴 아파 하셨다.

고해성사를 드리면서 주일미사를 궐했다고 그렇게 서러울 정도로 눈물 흘리는 형제님은 처음이었다. 겨우 진정 시켜드린 후, 예수님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했다. 돌아가시는 형제님 뒷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고해성사의 은총을 듬뿍 받은 모습이었다.

그 형제님께서 가신 뒤,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 동안 묵상했다. 나는 사제로 살면서 언제 한번이라도 통회의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던가. 마음이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져 수시로 저지른 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았는가. 나 홀로 의로운척 포장한 채 그동안 뉘우칠 줄 모르는 죄인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모든 신앙인들이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통회한다면 우리 모두는 주님의 사랑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나약함에서 저지른 그 잘못에서 다시 돌아서서,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우리가 진정 변화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있는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늘도 많은 신자분들께서 고해성사를 보신다. 그러나 진정 회개의 눈물을 예수님께 봉헌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예수님의 십자가를 무겁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형제님의 통회의 눈물이 이제는 내 자신의 눈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늘 깨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선사하신 선물이 바로 회개하며 흘리는 눈물이 아닐까?

최혁순 신부(춘천교구 현리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