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구촌 젊은이들] 총론-기획을 시작하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04-16 수정일 200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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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독일 세계청년대회에서 각국 젊은이들이 쾰른 대성당 앞 계단과 광장에서 함께 포크댄스를 추면서 일치를 나누고 있다.
10년전 “나는 신자” 77%… 지금은 '절반'

하느님 잊고 신앙 무관심이 공통 분모

유럽 등 대륙별로 청년사목 현장 탐방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참 생명을 찾게 될 것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2005년 4월 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러했듯이 온 세상의 젊은이들이 비록 자주 하느님을 잊고 살면서도, 여전히 그들 가슴 깊숙이 품고 있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알아채신다. 그래서 성하께서는 그들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힘으로써 참 생명을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삶의 의문들에 대한 응답이다. 오늘날 교회는 이들 젊은이들이 교회가 자신들의 가족이며 친구임을 깨닫도록, 그리고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 삶의 나침반이며,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임을 알 수 있도록 진정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교회 안에 젊은이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 비단 한국교회 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교회 안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전세계 지역교회들의 젊은이들을 찾아나서고자 한다.

가톨릭신문사는 각 대륙의 젊은이 사목의 현장을 직접 탐방해 그들이 처한 사목적 현실을 알아보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며, 교회의 젊은이 사목의 현실과 과제를 알아보는 기획탐방을 통해 한국교회의 젊은이 사목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가톨릭신문은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위기의 대륙, 유럽을 찾아 나섰다. 이어 대륙별로, 북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대륙별로 젊은이들을 찾아나서는 이 기획은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80주년을 맞는 내년 2007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세계의 젊은이들

각 대륙별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총회가 끝난 뒤 교황이 발표한 교황권고들에서는 젊은이 사목과 관련한 대륙별 교회들의 관심사가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잘 나타나 있다. ‘아메리카 교회’(1999. 1. 22)는 아메리카의 많은 젊은이들이 “참된 삶의 의미를 찾고 하느님을 목말라”(47항)함을 잘 알고 있지만, “좌절감에 빠져 하느님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북아메리카, 즉 미국과 캐나다 외에 라틴 아메리카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종종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문헌은 지적한다. 문헌은 “아메리카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존엄과 무구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거부 당하는 가슴 아픈 상황”(48항)을 개탄한다. 이에 따라 교회는 아메리카의 어린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변화하는 젊은이들의 세계를 고려한 사목적 접근, 젊은이들을 대화에 끌어 들이고 더 큰 규모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적절한 기회들을 이용하고 지역 활동을 장려하며, 교구간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기존의 계획들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47, 48항 참조)

아프리카 교회에서는 젊은이들이 사회 경제적 어려움, 특히 문맹, 굶주림, 빈곤, 마약 등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교황권고 ‘아프리카 교회’(1995. 9. 14)는 이러한 장애들을 극복하도록 교회가 도와줄 것을 촉구한다.(93항)

빈곤의 상황은 특히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데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115항) 가난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된 젊은이들은 자주 도시 지역으로 몰려들지만 사실상 도시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 많은 젊은이들은 나아가 해외로 나가고, 난민이 되며, 그럼으로써 고국에 대한 애정도 잃어버린다.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교회가 희망을 되돌려주는 일은 아프리카의 젊은이 사목에서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급변하는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 교회’(1999. 11. 6)는 “이러한 많은 문제들은 젊은이들에게 사회와 교회의 미래를 위한 그들의 책임을 상기시키고, 또한 그들이 이러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단계마다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도록 교회를 재촉하고 있다”(47항)고 지적한다.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특별히 새로운 종교운동들의 발생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영적 가치들을 위한 깊은 목마름을 체험하고 있다.”(6항) 교회는 이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한편, 문헌은 젊은이들이 교회 생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젊은이들의 그리스도교적 양성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단지 교회의 사목적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의 사랑과 봉사의 사도직 활동에서 교회 사명의 주체들이며 협력자들임을 인식하여야 한다.”(47항) 사실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다른 대륙의 젊은이들에 비해 그 신앙적 활력과 투신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젊은이들

각 대륙과 지역교회들 안에서 젊은이 사목은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와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하느님께 대한 무관심과 종교심의 상실은 특히 젊은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가장 큰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각 지역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이 신앙의 활력을 잃어버리고, 교회 생활에 대한 참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젊은이 사목의 가장 큰 우려이다.

하지만 이처럼 젊은이들에게서 신앙의 위기라 할 만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양상과 정도는 대륙별로, 또한 같은 대륙 안에서도 각 국가와 지역교회별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젊은이 사목에 있어서 구체적인 현안과 강조점들 역시 조금씩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륙별로 볼 때, 현재 가장 큰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곳은 역시 유럽을 포함한 서구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유럽대륙의 경우 그러한 위기 상황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스페인의 ‘산타 마리아 재단‘(Santa Maria Foundation)이라는 연구 기관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의 젊은이들 가운데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이 처음으로 채 절반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비율이다.

‘스페인 젊은이 2005’라는 제목으로 실시된 이 조사는 다양한 계층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종교와 신앙, 의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매 10년마다 실시된다. 이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10년 전 77%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생각했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뒤, 그 비율이 절반도 안될 정도로 급락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열심한(committed) 가톨릭 신자’라고 대답한 젊은이는 불과 10%, 종교적 무관심, 무신론자, 혹은 불가지론자라고 대답한 이는 그 두 배인 20%로 나타났다. 조사를 실시한 담당자들은 이러한 현상의 첫 번째 원인은 젊은이들이 그리스도교 교회와 신앙에서 매력적인 종교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회 전반의 세속화, 공공부문에서의 세속주의적 경향,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는 교회에 대한 불신 등이 지적됐다. 젊은이들이 교회에 대해 가장 자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부유함, 정치적 개입, 성적 문제에 대한 보수적 입장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쇄신된 젊은이 사목 필요

이 조사에서 나타난 바는 그대로 유럽 대륙의 그리스도교 교회가 처한 사목적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제1천년기에 이미 그리스도교가 뿌리를 내린 유럽대륙. 그 뿌리는 매우 깊은 것이지만 오늘날 유럽 대륙은 사적인 영역에서나 공적인 영역 모두에서 그 그리스도교적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황권고 (2003. 6. 28)는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깊지만 세속화가 극도로 심화된 유럽 사회에서 젊은이 사목이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문헌은 유럽 통합이라는 대륙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럽의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강조하고, 이는 윤리적 영적 가치의 우선적인 가치에 주목할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뿌리의 위기는 성소 부족 현상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다른 대륙에 비해 유럽대륙은 성직자의 절대수가 감소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고, 더욱이 성소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의 수는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거대한 성당들은 이제 사목자를 잃어버리고 다만 관광객들이 찬란했던 유럽 교회의 과거의 영화를 엿보는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이제 유럽교회는 젊은이들에게 신앙 교육이 가장 필요함을 깨닫고 있다. ‘유럽교회’는 “유럽교회가 젊은이들의 신앙교육에 더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61항)고 권고한다. 이를 위해서 “쇄신된 젊은이 사목”(62항)이 필요하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