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도전! 가톨릭(예비신자, 세례받기까지) 7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4-16 수정일 200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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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고개 갸우뚱하며 이해 못해도 “매주 모여 교리 배우니 행복”

“지난 주 숙제, 다 해오셨나요?” 교리교사가 질문했다. 남편이나 아내, 가족에게 매일 한번씩‘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라는 그 숙제다.

예비신자들이 쭈뼛 거린다.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굳게 마음 먹으면, 남편이 그 날 따라 술 마시고 늦게 집에 와서….” “예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어야지 사랑한다고 말하지요.”

강성아(36)씨와 이기화(52)씨는 결국‘남편 탓에’숙제를 하지 못했다. 이순규(66) 할머니는 손자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는 것으로 숙제를 대신했단다. “손자가 예쁘시면, 그 손자를 낳아 준, 며느리도 예쁘지요?” 교리교사의 질문에, 이 할머니는 “며느리는 별로야~”라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우리 며느리가…”라며 은근히 말꼬리를 흐린다. 며느리 자랑과 흉을 넘나드는 교묘한(?) 며느리 사랑은 한동안 계속됐다. 교리는 ‘왈가닥 며느리에 대한 칭찬 5분’이 끝나서야 시작됐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 은총 듬뿍 받으시면, 그 때는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예요.”

오늘 교리는 이 모든 사랑의 근원, ‘삼위일체(三位一體)’에 관한 것. 교리 중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교리다. 예비신자들은 교리교사의 장황한 설명에도, 끝내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계속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교회에서 하느님이 삼위일체이시라면, 우리도 그렇게 믿어야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전 문턱에 발을 들여 놓은 지 벌써 두 달 반. 교리교사가 교리를 마치며, 예비신자들에게 성당에 다니면서 변화된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했다.

“‘주님의 기도’를 외우려고 기도문을 식탁 유리 밑에 넣어 두었는데,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아들이 글쎄 어느새 줄줄 외워요. 성당 다니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성아씨가 말을 열자, ‘성당 다녀서 좋은 점’이 줄줄이 이어졌다. 20분 가까이 나온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화부터 났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남편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음 △마음이 평화스러워 졌음 △아이들과 언성 높이며 싸우다가도 ‘성당 다니는 신자가 아이들에게 무조건 명령을 하면 안되지’라며 자제하게 됨 △매사에 부지런해졌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즐거워 졌음.

교리교사가 교리를 정리했다. “정말 신기해요. 우리가 매주 이곳에 정기적으로 모여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신비입니다.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 모으신 분, 그분이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이십니다.”

활달한 목소리로 교리시간을 행복하게 채워주던 채영자(66)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손자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단다. 교리교사와 에비신자들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김태식(73) 할아버지는 “우리가 뭘, 어떻게 도와야 하지?”라고 말했다. 결국 모두 함께 문병을 가기로 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