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

입력일 2006-04-02 수정일 20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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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복음화와 일치 염원 담아

정추기경 문장 해설

【로마 장병일·이승환 기자】

모자는 목자(牧者)들이 쓰던 것의 변형으로서, 주교가 교구를 방문할 때 전통적으로 쓰고 다니던 것이다. 주교의 사목 책임을 표현하는 모자가 추기경 문장에서는 진홍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 아래 술 5단은 추기경임을 뜻한다.

왼편 세 별은 우리나라(가운데 큰 별은 나라 전체를, 좌위의 별은 남한(서울)과 북한(평양)을 상징함)를 보호하시는 성가정을 상징한다.

빨마는 순교자의 승리를 상징하며, 칼은 온갖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를,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우리나라를 돌보시는 성모님의 보호(세 별) 아래, 순교 성인들의 정신으로(빨마, 칼 및 빨간색 바탕), 성덕을 실천함으로써(별과 칼의 금색), ‘이 땅에 빛을’ 비추어(노란색 무궁화) 민족의 복음화와 일치를 이룩하여 온 백성이 성가정을 본받아 화목한 한 가족을 이루도록 하고자 함을 뜻한다.

오른편 연한 남색은 하늘을, 초록색은 땅을, 위로 향한 세모 모양은 하느님을 흠숭하는 백성을 나타낸다. 큰 원은 완전성, 영원성, 무한한 사랑을 상징하고, 그 가운데 작은 원은 성체의 상징이다.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며, 또한 추기경의 함자인 진정할 진(鎭)자가 뜻하는 평화를 이룸을 나타낸다. 성체(작은 원) 중심으로, 성령(비둘기)과 함께 이 땅에 사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큰 원)”이 되어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그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도록”(요한 10, 10) 복음을 전하며, 평화를 증진하고자 하는 염원을 나타낸다.

문장의 왼편은 교구, 오른편은 추기경 자신을 표현한다. 양편이 결합하여 하나의 문장을 이룬다.

사목표어로 설정한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은 사도 바오로의 서한(1고린 9, 22)에서 선택한 것으로서 교구장의 사목 지침을 밝힌 것이다.

“한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정진석 추기경의 서임식 일정을 함께 한 한국 순례단과 한국교회 관계자들은 한마음으로 새 추기경들, 특히 정추기경이 거룩한 교회의 추기경으로서 자신의 맡은 바 직분을 훌륭하게 수행하도록 기원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세계교회 위한 첫 발

“추기경은 자신이 맡고 있는 교구 뿐만 아니라 국가, 나아가 세계교회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이 마치 세례 받으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신 것처럼 이제 추기경께서 본격적으로 교회를 위해 활동할 시기입니다.”-박정일 주교(전 주교회의 의장)

“로마교회가 한국교회를 중시하는 표징들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24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축하 만찬에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세페 추기경이 다른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참석하는 성의를 보여주셨습니다.”-성염 주 바티칸 한국대사

남북화해 이루길

“한국교회의 저력이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추기경님이 남북화해와 세계평화를 위해 보다 열심히 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서승열 로마 한인본당 회장

“추기경 서임은 한국 경제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한국 천주교 위상도 높아진 결과입니다. 자랑스런 한국교회를 만드는데 밀라노 한인공동체도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탤 것입니다.” -함영호 밀라노 한인본당 회장

봉사 다짐에 감사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서임식 강론 중에 추기경직은 전적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추기경님께서도 이에 발맞춰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사제로서 고마움을 느낍니다.”-한윤식 신부(재로마 유학사제모임 대표)

“추기경님의 서임은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도자들에게 큰 자긍심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같은 영예로운 잔치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장향주 수녀(재로마 한국수녀모임 대표)

■전세계 추기경 현황

유럽 북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순 모두 193명…교황선출권자 120명

3월 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을 시작한 뒤 처음 가진 추기경회의에서 15명의 새 추기경을 서임함으로써 이제 전세계 추기경의 수는 193명이 됐다. 그 중에서 120명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으로서 콘클라베에 참석해 새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들 추기경들을 대륙별로 살펴보면, 우선 유럽이 가장 많은 수의 추기경을 보유해 총 100명으로 이들 중 60명이 80세 미만이다. 북아메리카는 20명(16명, 이하 괄호 안 80세 미만 추기경 수), 라틴아메리카 32명(20명), 아프리카 17명(9명), 아시아 20명(13명)이고 오세아니아 4명(2명)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총 40명(21명)으로 가장 많은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15명(13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출신의 추기경이 각각 9명(6명)씩으로 그 다음이다.

그 외에 폴란드가 8명(4명)이고, 가장 많은 가톨릭 신자수를 지닌 브라질은 8명(3명)이다. 독일은 6명(5명)이고 멕시코가 5명(4명), 인도가 5명(3명)의 순이다. 3명의 추기경을 보유한 나라는 스위스(1명), 아르헨티나(1명), 콜롬비아 (3명), 필리핀(2명), 그리고 호주(1명) 등이다.

전체 추기경들 중에서 168명이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서임됐으며,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된 추기경도 10명이 생존해 있다.

가장 연로한 추기경은 네덜란드 우트레흐트 대교구장을 지내고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을 지낸 바 있는 요한네스 윌레브란트 추기경으로 올해 96세이다. 최연소 추기경은 53세의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교구장인 피터 에르도 추기경이다.

추기경단장은 교황청 국무원장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며, 부단장은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전 의장이었던 로저 에체가라이 추기경이다.

사진설명

3월 27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도 16세를 알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