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

입력일 2006-04-02 수정일 20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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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새 추기경 서임식이 3월 24일 성 베드로광장에서 거행됐다.“니콜라오 정진석,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 코리아.”이날 37년만에 한국인 새 추기경 이름이 울려퍼졌다.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순종하겠습니다”

37년만에 한국인 추기경 이름 울려

정추기경 호명되자 태극기 물결

명의본당 적힌 두루마리 받기도

교황, 복음의 증거자되길 당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전날인 3월 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새로 임명된 15명의 새 추기경들을 서임하면서, “로마 도시 안에서나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그리스도와 그분 복음의 용맹한 증거자들이 되라”고 당부했다.

“니콜라오 정진석,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 코리아.”

【로마 장병일·이승환 기자】

37년만에 성 베드로 광장에 한국인 새 추기경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정추기경의 이름이 호명되자 500여명의 한국인 순례단 사이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경축 정진석 추기경 서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태극기, 그리고 교황과 정추기경의 문장(紋章)이 새겨진 깃발이 일순 베드로 광장을 뒤덮었다.

추기경은 진홍색 수단위에 하얀 중백의(中白衣)를 입고 입장, 순례단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은 새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들의 ‘환호성과 박수, 국기 흔들기 경연장’이었다. 미국, 필리핀, 슬로베니아, 폴란드, 베네수엘라, 스페인, 가나 등 새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의 순례객들도 국기를 흔들며 자국 추기경 탄생을 축하했다.

정추기경을 비롯한 신임 추기경 15명에 대한 서임식은 당초 바티칸 광장 왼편에 있는 바오로 6세 홀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들이 많아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이날 서임식을 장엄하게 수놓은 것은 빨간 색과 사각형의 추기경 모자, 그리고 반지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새 추기경을 서임할 때, 이미 추기경들은 붉은 추기경복을 입고 등장하고 있었다.

“붉은 색은 사랑과 불, 수난의 상징입니다. 추기경들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위해서 자신의 피를 기꺼이 흘릴 각오를 갖고 있습니다.”

서임식에 참석한 한 추기경이 말하듯이, 추기경은 어떤 신앙의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각오를 지니고 있는 가장 헌신적인 주님의 종이다.

한 사람씩, 15명의 새 추기경들은 교황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비레타(biretta)로 불리는, 사각형의 붉은 색 추기경모를 머리 위에 썼다. 그 다음 새 추기경들은 자신의 새 직무와 로마 안의 명의본당의 이름이 담긴 두루마리를 받아들었다.

정추기경은 ‘산타 마리아 임마쿨라타 디 루르드 아 보체아’(루르드의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성당)을 명의본당으로 지명 받았다.

정추기경은 서임식에서 교황 강론 후 이어진 신앙고백과 선서를 통해 “지금부터 살아있는 동안 언제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에 신실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성교회에게,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회법적으로 선출된 그 후계자들을 통하여 복되신 베드로 사도에게 끊임없이 순종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25일 서임 축하미사에서 교황은 추기경의 새 직무와 교황과의 새로운 관계를 상징하는 추기경 반지를 새 추기경들에게 끼워주었다.

“하느님의 종으로 봉사해야”

■교황 베네틱토 16세 강론

추기경단을 풍성하게 하는 15명의 새로운 추기경들이 서임되는 축제의 날, 새 추기경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무엇이 진정한 봉사의 정신인지 보여줍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말째가 되어 봉사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첫째 종은 종들 중의 종이었던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교황의 임무 역시 모든 신앙인들에게 봉사하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베드로는, 그리고 바오로 사도 역시 필립비서에서, 자신이 받은 권한은 봉사하는 것이며 자신들에게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봉사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오늘의 말씀은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신 것처럼 우리 모두 역시도 그 고난의 여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도께서 여러 보조자들과 함께 교회의 역동적인 활동들, 곧 신앙 공동체의 성장과 복음 선포와 교리 교육, 어려운 이들에 대한 배려 등을 조화롭게 행한 것처럼 우리도 함께 일합니다.

친애하는 추기경들, 이제 새로 불림 받은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Caritas)을 나타냅니다. 왜냐 하면 붉은 색은 인류를 위해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함께 있고 이것은 여러분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사랑의 증거로써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신 것처럼, 이제 그분은 우리를 성찬 안에서 성변화를 통해 초대하고 계십니다.

“교황의 협조자로 노력할 것”

■레바다 수석 추기경 인사

교황성하께서 임명하신 추기경들을 대표하여 너무나 기쁘고 너무나 떨리는 마음으로 성하께 저희들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교황성하께서는 아버지와 같은 이끄심과 사랑으로 저희들에게 추기경 지위를 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나인 교회를 위한 사명 안에서 저희들이 교황성하의 협조자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공번된 교회의 증인이 되도록 전 세계로부터 불리어 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로마에 명의본당들을 갖는다는 사실이 저희를 로마교회와 ‘애덕에서 앞서있는 분’께로 더욱 더 긴밀하게 일치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다시 한 번 저희 자신을 봉헌하며, 주님이신 그리스도님을, 그리고 저희 사도직과 저희 사목 직무들의 대상인 그리스도교 백성을 전적으로 사랑하고 조건없이 신뢰하도록 끊임없는 책임을 요하는 이 무거운 과제를 깊이 느낍니다.

교황성하, 저희들은 교황성하의 손에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진리를 갈구하는 인류에 대한 신뢰를 맡기려고 합니다. 아울러 자녀들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아버지께 하는 것처럼, 교황성하께 저희들의 경건하고 사랑을 담은 신뢰를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오늘 특별히 성령께서 당신의 빛과 힘으로 교황성하의 사도직을 지탱해 주시도록 성령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의 봉사직에 협조자로 불림받은 저희 모두에게와, 또 이 자리에서 기도와 사랑으로 저희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성령께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데 필요한 은혜를 주시고, 복음의 봉사자가 되어 살아가는 기쁨을 주시도록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