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1주기 추모]"세계와 인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6-04-02 수정일 20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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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주기

‘공산주의 몰락’ 최고 기적으로 꼽아

묘지에는 하루 2만여명 몰려들기도

사진작가들 국내외서 각종 추모전시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기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 기록들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참으로 인간적인 면모들을 보여줍니다. 즉, 그분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삶을 감동으로 이끌었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파웰 주크니에비츠는 이렇게 말했다. 폴란드의 저명한 가톨릭 언론인 중 한 명인 그는 이 책에서 1979년 3월 교황과 함께 기도를 바친 뒤 암이 말끔히 나은 영국 리버풀의 케이 켈리, 1990년에 교황을 만난 뒤 백혈병이 치유된 멕시코의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교황에 관한 기적들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와 폴란드 등에서 요한 바오로 2세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 많은 기적들을 소개하면서 그는 루르드 성지의 의료진인 패트릭 테일리어와 러시아 모스크바 대교구장 타데우스 콘드루이지에비츠 대주교와의 인터뷰도 함께 소개했다.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와 관련된 기적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도, 특별히 가장 큰 기적은 공산주의의 몰락, 그것도 전혀 피를 흘리지 않고, 총칼을 사용한 전쟁이 없이 성취해낸 공산주의의 몰락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장 큰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국 폴란드, 그가 태어나고 자란 크라코프에서는 4월 1일 그와 관련된 모든 증언과 문서들을 수집한 뒤 진행된 시복시성을 위한 재판 절차가 모두 끝났다. 그를 흠모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루속히 시복시성될 것을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시성 절차와는 완전히 별도로, 인류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다. 2005년 4월 2일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인류는 일제히 그를 잃어버린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그 슬픔은 곧 그가 남긴 가르침, 하느님과 동료 인류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승화됐다.

그로부터 1년 후, 바티칸은 여전히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그가 묻혀 있는 지하무덤으로 들어가는 별도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으며 베네딕토 16세 신임 교황은 여전히 선임 교황이 남긴 가르침들과 모범을 강론과 연설에 인용하고 있다.

“시복, 시성을”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시성을 위한 복잡한 절차들이 진행되는 동안 그를 기억하는 기도 모임들은 전세계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단지 교황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연구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전임 교황에 대한 이러한 끊임없는 애모의 물결에 대해 깊이 감탄하며 기회있을 때마다 선임 교황의 가르침을 기꺼이 연구할 것을 권고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교황청 관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교황도 그분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지 못했다. 그분 이전의 어떤 교황도 그분처럼 전세계를 방문해 모든 대륙의 사람들에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직접 이야기하지 못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특히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통과 침묵에 대해 지적했다. 3월 15일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한 TV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를 가게 해주소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나약함 속의 강인함〉이라는 이 영화는 오랫 동안 교황의 개인 비서였던 폴란드 크라코프 대교구장 스타니슬라프 드지비츠 추기경과 주치의였던 레나토 부조네티 박사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됐다.

‘나약함 속에 강인함’ 지녀

무려 27년 동안 요한 바오로 2세의 주치의였던 부조네티 박사는 “그분은 질병, 육체적 고통과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까지도 하느님의 손길로부터 나온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건강을 지녔다”고 말했다.

드지비츠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삶은 “시작부터 고통으로 점철된 것이지만 그분은 이 고통들을 자신의 사도직의 도구로 변화시켰다”며 “그 자신이 맞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바티칸시국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는 하루 평균 300여명의 순례자가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지난 3월초 하루 평균 방문객은 그 10배가 넘고, 주일과 휴일에는 2만여명이 넘는 순례자가 방문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요한 바오로 2세를 가장 측근에서 보좌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즉위 초기에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에 종종 놀라기도 했던 것처럼 보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강론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을 인용하기 위해서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특히 젊은이들은 끝없는 환호성을 올리곤 했다. 이제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는 그 열띤 반응을 미리 예측한다. 자신이 요한 바오로 2세를 부르면 이들 젊은이들이 어떻게 환호하는지 아는데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 사진작가들이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1주기를 맞아 국내외에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까지 사진전

4월 4일부터 16일까지 2주 동안 프레스센터 서울 갤러리에서 교황이 남긴 마지막 말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를 제목으로 한 기념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서울신문사에서 주최하고 서울대교구가 주관한다.

“생명, 사랑, 평화의 순례 사진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사진전에는 사진작가 김경상씨가 폴란드의 여러 성당에서 거행된 교황 선종 100일 특별미사를 비롯해 요한 바오로 2세를 추모하는 폴란드 국민들의 깊은 신앙심을 담은 사진이 전시된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가가 있는 크라코프 교구내 바도비체, 인근 국경마을 스트라우치나, 휴양지인 자코파네, 체스토코바, 코시나 등에서 만난 폴란드 사람들의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깊은 사랑과 하느님께 대한 신앙심은 우리에게도 깊은 감명을 준다.

여기 전시된 사진들은 마리 시메온 수녀의 묵상글과 함께 책으로도 발간됐다.

한편 이번 사진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생명 존중의 삶을 몸소 실천했던 마더 데레사 수녀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사랑의 선교회 캄보디아 공동체 등 2003년 10월 시복된 마더 데레사 수녀의 영성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끝없는 봉사와 사랑의 현장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프놈펜 메리놀 HIV 임종의 집, 간치아파라 한센병 환자 재활농장 등 외부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곳의 모습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회와 도서 판매 수익금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생명의 신비 기금’으로 기부된다.

※문의 02-727-2350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진작가 백남식씨의 폴란드 현지 추모 사진전도 화제가 되고 있다. 3월 27일부터 4월 12일까지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인 폴란드 크라코프 예술의 궁전 전시홀에서 첫 추모 사진전을 열고 이어 1년 반 동안 폴란드 25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전시회를 갖는다.

지난 2003년 동양 작가로는 처음으로 교황청에서 사진전을 가진 바 있는 백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 기념식과 103위 시성식,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교황의 금경축 합동 축하미사, 대희년 교황청 행사와 이스라엘 방문 등 요한 바오로 교황의 생전 모습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사진설명

소녀의 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 인근 휴양 마을 자코파네에서 열린 선종 100일 추모 미사 중 한 소녀가 기도를 하고 있다.“산토 수비토(SANTO SUBITO), 즉시 시성을!”(사진작가 김경상)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