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48】끝 연재를 끝내며

이형우 아빠스·한국교부학연구회장
입력일 2006-03-26 수정일 200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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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화 찾아 영적기쁨 맛봐
본문과 해설 곁들여 이해 도와
기도·단식·자선 등 여러 주제
현 상황에 맞춰 깊이있게 다뤄
‘연재를 시작하며’라는 글을 쓴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번 연재를 마감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원고를 집필해 주신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교부들의 가르침’이란 주제에 이어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란 주제로 1년 동안 연재할 수 있게 지면을 허락해 주신 가톨릭신문사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들보다 가장 많이 감사를 드리고 싶은 이들은 바로 독자들입니다. 그들의 애정과 호응이 없었다면 교부들의 다양한 가르침을 전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교부들의 가르침이 성전(聖傳)의 주축을 이룰 정도로 “교부들의 말씀은 믿고 기도하는 교회의 실생활 가운데 풍부히 흐르고 이 성전의 생생한 현존을 입증한다”(‘계시헌장’ 8항)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부들의 역할과 그들의 가르침을 배우는 일은 실로 중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교부들의 가르침’이란 연재물이 1세기에서 7세기에 걸쳐 교회 신학의 기초를 놓은 교부들의 믿음과 사랑, 그 치열한 삶을 보여 준 짤막한 참고서였다면,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는 그 참고서를 바탕으로 그들의 저서에서 발췌한 본문 한 대목을 소개하고 그에 맞갖은 해설을 곁들여,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는 영적인 보고(寶庫)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다양한 교부 문헌을 통해 영적인 깊이를 맛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단편적으로나마 독자들에게 교부 문헌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한국교부학연구회의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쉬운 점이 남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번 연재는 지난 연재 ‘교부들의 가르침’과는 달리,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 16명이 돌아가며 다양한 주제를 선택하여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끔 글을 쓰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중복된 주제 아쉬움도

실제 11명의 필진만이 이번 연재에 참여하였고, 애초의 생각과는 다르게 암브로시우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몇몇 비중 있는 교부에만 편중되었습니다.

또한 부와 자선, 기도, 단식, 사제 영성과 같은 주제들은 비록 이들 주제가 담겨 있는 교부 문헌은 서로 달랐지만, 중복되어 다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11명의 필진은 교부 문헌 속에 숨겨진 보화들을 끄집어내어 살아 움직이게 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온몸으로 실천하였던 교부들의 가르침과 기쁨을 다시금 전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교부들의 글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감동과 교훈을 안겨 주는 귀한 글이며, 교파를 뛰어넘어 모든 그리스도인이 물려받아야 하는 그리스도교의 소중한 공동 유산임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헌 소개 꾸준히

한국교부학연구회는 2002년 1월 17일에 발족한 이래, 가톨릭신문에 연재했던(2002년 10월∼2003년 12월) ‘교부들의 가르침’을 엮어 〈내가 사랑한 교부들〉(2005, 분도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아울러 지난 3년 동안 공동으로 연구한 〈교부학 인명·지명 용례집〉을 올해 안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그 후속 작업으로 〈교부학 작품명 용례집〉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라틴어·그리스어 대역본 교부 문헌 총서 번역뿐 아니라, 대중판 교부 총서 번역에도 힘을 쏟아 신자들의 영성생활과 신학 발전에 도움이 될 기초 문헌을 꾸준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또한 지난 1월부터는 한국교부학연구회 상임 연구원들이 본격적으로 〈교부들의 성서 주해〉 작업을 시작함으로써, 21세기를 이끌고 나갈 세계적인 대작으로 평가받는 〈교부들의 성서 주해〉가 빛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교부학연구회는 창세기, 코헬렛, 마르코 복음 세 권을 올해 출간하기 시작하여 2010년 12월까지 총 28권을 완간할 예정입니다.

성서 주해도 계획

사실, 우리나라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에서 일구어 낸 교부들의 지혜를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교부들의 성서 주해〉는 바로 교부들의 가르침으로 오늘날 성직자들의 사목과 강론에 밑뿌리가 되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어 신학교의 교과 과정에 널리 활용되고, 평신도의 영적 발전에도 도움을 주리라 확신합니다.

이처럼 한국 교회의 신학 연구에 큰 획을 긋게 될 이번 작업은 교파가 서로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벽을 쌓고 있던 주제들에 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 뿐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함께 좁혀 나갈 수 있는 계기도 함께 마련해 줄 것입니다.

교부들은 신앙의 일치를 위한 토대이자 출발점이기에, 그리스도교의 공동 자산인 교부 문헌을 통해 교부들의 성경 해석과 그들의 지혜를 배우는 일은 교파를 초월하여 그리스도교의 일치 정신을 강조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교부들의 성서 주해〉는 그리스도교의 일치에도 새로운 장을 열어 여러 교파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할 것입니다.

모쪼록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번 작업이 독자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속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읽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재가 책으로 출간돼 ‘교부들의 가르침’을 엮어 펴낸 〈내가 사랑한 교부들〉과 함께 읽어 주신다면 독자들의 영적 생활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형우 아빠스·한국교부학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