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47】암브로시우스의 ‘루카 복음 주해’에서

장인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청주교구 총대리
입력일 2006-03-19 수정일 200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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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잉태 소식을 듣고 주님의 놀라우신 업적을 찬양하러 먼 산골마을로 길을 서둘렀다. 그림은 예루살렘 성모방문기념성당의 벽화.
주님의 탄생예고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본문]

일반적으로 믿음을 요구하는 사람이 그 믿음을 북돋아주는 것이 윤리적인 통념입니다. 그리하여 천사 가브리엘이 신비를 전할 때, 동정 마리아에게 한 가지 예를 들음으로써 그 믿음이 북돋아지도록, 한 나이 많고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 엘리사벳이 잉태한 사실을 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원하시기만 한다면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마리아는 이 말을 듣자, 전갈을 불신했거나, 천사의 말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거나, 증거로 든 예를 의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받은 약속에 대한 기쁨에 넘쳐서, 봉사하려는 경건한 마음에 차서, 그리고 그 기쁨에 이끌려 급히 유다 산골마을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한 마리아가 높은 곳 말고 어디로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겠습니까? 성령의 은총은 느린 노력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거룩한 부녀들이여! 여러분도 임신한 친척들에게 마땅히 베풀어야할 근면함을 배우십시오. 전에는 가장 깊은 내면의 방에서 머물던 마리아를, 동정녀의 부끄러워함도 군중 앞에 나타나는 일에서 붙잡지 못했고, 산악의 험난함도 마리아의 열정을 저지하지 못했고, 여행의 먼 길도 마리아의 의무수행을 지연시키지 못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는 본분을 생각하면서, 손해는 생각지 않고, 뜨거운 사랑의 마음으로, 성별을 생각지 않고, 급히 집을 떠나서 산골로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암브로시우스의 ‘루카 복음 주해’ 2장 19∼20절

[해설]

암브로시우스 교부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몇 가지 점을 함께 생각해 보자.

1) 주님은 믿음을 갖도록 도움을 주시는 분이시다.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당신의 구원사업의 계획을 알려주신다. 그러면서 마리아의 믿음을 도와주시고 북돋아 주시기 위해서 친척 엘리사벳이 주님이 베푸신 기적의 은혜로 아기,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사실을 알려주신다.

친척 엘리사벳의 임신사실이 마리아에게 믿음을 갖도록 마음을 준비시켜 주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먼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믿음을 가지도록 도움을 주신 것을 언급한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항상 사람들에게 믿음의 은혜를 간직하도록 도움을 베푸는 주님이시다.

2) 동정 마리아의 방문은 엘리사벳과 그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방문이었다.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주는 방문은 언제나 천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마리아의 방문은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아기를 뛰놀게 만들었고, 엘리사벳의 입에서 찬미의 기도가 나오게 도와주었고, 마리아도 기쁨에 넘쳐 찬미의 노래를 주님께 불렀다. 이처럼 은혜로운 방문은 여러 사람에게 기쁨과 축복을 안겨다 줌을 알 수 있다.

3) 성령께서는 지체함과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성령으로 충만하신 마리아는 온전히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하는 분이시다.

천사의 말을 받아들인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만나러 길을 서둘렀다. 사실을 확인하러 가려는 것이 아니라, 믿는 마음으로 주님의 놀라우신 업적을 찬양하러 길을 서두른다.

산위로 이끄심은 암브로시우스의 설명을 따르자면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을 뜻한다.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요, 거룩한 곳이며, 예수께서도 기도하시러 자주 산에 올라가셨다.

산에 오른다는 말은 암브로시우스 교부의 설명에 의하면, 주님께서 참으로 인간이 되심을 믿는 것,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여 낳으신 것을 믿는 것,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던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승리자가 되신 것을 믿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산으로 올라감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천주의 모친 마리아는 믿음의 눈으로 구원의 신비를 바라보신 은혜의 어머니가 되셨다.

장인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청주교구 총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