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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에 대한 모든 것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2-27 수정일 200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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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 권한 지녀… 바티칸시국 시민권도

순교 상징하는 ‘붉은 모자·수단’ 착용

신분상 종신직이나 80세때 직무 만료

“언론사와 정부 각 부처 및 신자들이 추기경을 어떻게 호칭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1969년 4월 6일자 가톨릭신문은 김수환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 사실을 보도하면서, 추기경 호칭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상 최초 추기경 탄생을 맞은 당시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해답은 무엇이었을까. 가톨릭신문이 당시 해설 기사에서 “추기경은 국제 관례상 왕자 혹은 국가 부원수와 동격의 대우를 받고 ‘전하(殿下)’의 칭호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당시 세속 지도자인 대통령이 ‘각하’였던 반면, 영적 지도자인 추기경의 호칭은‘전하’가 일반적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현재는 명칭 그대로 ‘추기경’ 혹은 ‘추기경님’으로 부른다.

▨ 용어와 유래

추기경(라틴어 cardinalis, 영어 cardinal)은 중추(중요한 주축, 돌쩌귀)를 의미하는 라틴어 ‘cardo’에서 유래된 말. 로마 교구 소속 성직자들에게만 한정되었다가, 점차 서방 교회의 여러 교구에서도 주교좌 성당이 교구의 중추이므로 주교좌 성당에 속한 성직자들을 일컫는 말로 의미가 넓어졌다. 그레고리오 교황(590~604) 때 교회법 용어로 채택되었고, 11세기부터 교황의 최고 측근자들이며 후임 교황의 선출권 및 피선거권도 가지는 최고위 성직자를 뜻하게 되었다.

한자로 번역된 추기경(樞機卿)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추기경(樞機卿)에서 추기(樞機)라는 말은 중추(中樞)가 되는 기관(機關)을 말하며, 경(卿)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과거 중국, 일본, 조선에서는 황제의 최고 자문 기관을 중추원(中樞院)이라고 불렀던 만큼, 교황의 자문자인 ‘카르디날리스’(cardinalis)를 추기경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 자격

추기경 서임은 교황의 명시적 의사 표시 외에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으며, 미리 다른 추기경들의 자문이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추기경에 승격되는 이들은 적어도 사제품을 받았고, 학식과 품행과 신심과 현명한 업무 처리 역량이 특출한 남자 가운데에서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한다. 아직 주교가 아닌 이들이 추기경으로 서임될 경우 먼저 주교품을 받아야 한다.

▨ 소임과 의무

추기경은 교황을 선출하는 소임이 있는 특수한 단체, 곧 추기경단의 구성원으로 임명된 주교이며 중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함께 소집될 때는 합의체적 성격을 띤다. 참고로 교황과 추기경단의 관계는 교구장 주교와 교구 참사회의 관계 또는 국가 통치자와 국가 최고 회의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추기경들은 특히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가지며, 교황에게 성실히 협조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 특히 교황청에서 일하는 추기경들은 로마에 상주해야 하며 지역 교회 교구장 주교인 추기경들은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 복장

붉은색. 그래서 추기경을 과거에는 홍의(紅衣) 주교라고도 불렀다. 붉은 모자는 추기경의 고귀한 품위를 표상하며, 신앙의 현양을 위하여 또 신자들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그리고 거룩한 로마 교회와 교황을 위하여 죽기까지 피를 흘려야 함을 상징한다. 참고로 교황 복장은 백색, 주교 복장은 자주색, 신부의 복장은 흑색이다.

▨ 정년

일단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추기경으로서 신분상 지위는 종신직이다. 그러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75세 정년(은퇴를 신청할 수 있는 의미의 정년)은 교황청과 바티칸 각 부서나 기타 상설 기관장 직책, 그리고 지역 교회 교구장 주교 직책, 본당 주임 사제의 정년이다. 그러나 이 정년도 교황청의 판단에 따라(신부의 경우는 교구장의 판단) 바뀔 수 있다.

▨ 추기경회의

추기경단의 모든 회합은 반드시 교황이 소집하고 주재한다. 17세기 이후, 추기경회의는 새로운 추기경 서임 때에만 교황이 소집하는 형식적인 회합이었다.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추기경회의를 활성화했고, 1991년에 추기경들의 전체 회의를 소집해 인간 생명 수호와 종교적 분파 문제에 대해, 1994년에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문제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

정례 추기경회의에는 ‘모든 추기경들 또는 적어도 로마에 머물고 있는 모든 추기경들’이 소집되며, 교회의 특별한 필요나 더욱 중대한 사안들을 다룰 필요가 있어서 거행되는 특별 추기경회의에는 ‘세계 모든 추기경들’이 소집된다.

▨ 추기경단 정원 변천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는 30명 이내였고, 그마저 일정하지 않았다. 독일 콘스탄츠 공의회(1414~1418년)에서는 그 수를 24명으로 제한했고, 모든 국가에서 선발하도록 교황에게 청원했다.

교황 식스토 5세(1585~1590년)는 구약 성경에서 모세를 보필한 70명 장로들에 착안, 정원을 70명(주교급 6명, 사제급 50명, 부제급 14명)으로 고정시켰고, 이 수는 1962년까지 지속됐다. 이후 교황 요한 23세(1958~1963년)가 정원을 1962년에 80명으로 늘렸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년)는 1965년에 동방 예법의 총대주교들도 주교급 추기경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신설했으며 1969년에는 추기경들의 ‘명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그 수를 증가시켰다. 바오로 6세는 또 1970년 교황청 부서장의 직무 정년을 75세로 규정하고, 교황 선거권 행사의 정년을 80세로 규정했다. 그리고 1975년에 교황 선거권을 가지는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이 120명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이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1년 2월 21일에 44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했으며 그 결과 추기경이 총 18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교황 선거 비밀 회의(conclave)에 입장하는 추기경들의 총수는 120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한 규정은 보존했다. 2006년 2월 21일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은 178명이고, 교황 선거권을 가지는 80세 미만 추기경은 110명이다.

▨ 서임 절차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3월 24일 정진석 추기경 등 이번에 임명된 추기경 15명에 대한 서임식을 주례한다.

2001년 추기경 서임예식에 따르면, 서임식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교황이 말씀 전례 후 ‘서임장’을 낭독하고 새 추기경들의 이름을 선포한다. 그러면 새 추기경 대표가 교황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이어 교황이 강론한다. 그 뒤에 새 추기경들이 신앙 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 서약과 순명 선서를 한다. 이어 교황이 새 추기경들에게 ‘붉은 모자’(biretum rubrum)를 씌워 주고 포옹한다. 그리고 다음날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추기경들과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하게 된다. 이 공동 집전 미사 때 ‘작은 붉은 모자’(galerum rubrum)와 ‘추기경 반지’를 수여하게 된다.

사진설명

▶추기경은 교회의 중대한 사안들을 다룰 필요가 있을 때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사진은 추기경 회의 모습.

▶추기경 서임미사 중 교황이 붉은모자를 씌워주는 모습

▶추기경 반지.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