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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김수환 추기경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6-02-27 수정일 200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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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께 새 추기경 청원

이제야 결실 “너무 기뻐”

추기경은 그리스도 본받아 교회·세상 위해 희생해야

새 추기경의 탄생을 가장 염원한 사람 중 한 사람은 단연코 김수환 추기경이다. 새 추기경 발표 다음날인 23일 오전 가톨릭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김추기경의 소감은 한 마디로 ‘기쁨과 감격’이었다.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고 80세가 넘으면서 새 추기경 임명을 교황 성하께 여러 번 부탁드렸습니다. 지난 2003년, 큰 기대를 했지만 한국 추기경이 탄생하지 않아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요.”

간절한 마음에 김추기경은 주변 사람들에게 “새 추기경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한국 신자들이 김추기경 빨리 돌아가시라고 기도할지도 모른다”고 종종 말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김추기경은 “당시 내 자신은 진심으로 한 말”이라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실제로 김추기경은 새 추기경 탄생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후 바로 알현기회를 갖고 한국교회의 이같은 열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추기경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큰 교구로서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을 맡는 전통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교황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김추기경은 이번 추기경 임명에 즈음해 한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새 추기경을 간절히 기다렸다고 말하며, 전체 15명 중에서 특히 80세 이하 현직 추기경에 한국이 포함된 것은 한국 교회에 대한 남다른 기대라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삼천년기가 아시아 복음화의 시대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시아 선교를 위해 ‘할 일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면서 한국교회의 역동성에 큰 기대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교황께서도 이러한 아시아 복음화의 과제를 잘 알고 계십니다.”

특히 김추기경은 한국과 함께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3개국에서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중국은 물론 전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보편교회의 기대와 각 교회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기경의 삶은 순교의 삶입니다. 고운 진홍색의 추기경 옷은 보기 좋으라는 것이 아니라 ‘순교의 피’를 뜻합니다. 성직자, 특히 추기경은 누구보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교회와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김추기경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있는 사회가 될 때 모두가 희망을 갖고 기쁘게 살 수 있다”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야기된 양극화와 대립의 골을 극복하고 희망찬 사회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가 먼저 남을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사랑을 나눠야 하는데, 추기경이라는 직분은 그 안에서 누구보다 더 큰 순교의 정신을 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추기경은 “나부터도 순교의 삶을 적극 살지 못해 반성한다”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새 추기경님과 한국교회를 위해 더욱 더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는 정진석 추기경의 탄생 뿐 아니라 최근 새로운 주교님들을 연이어 맞이하는 크나큰 하느님의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축복을 받은 만큼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 한국교회가 지고 갈 책임이 더욱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해, 한국사회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희망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간절한 기도가 절실합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