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 번동본당 자원봉사단체 ‘장도리회’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5-10-30 수정일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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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번동본당 집수리 자원봉사 단체 장도리회 회원들이 어려운 가정의 노후된 집을 고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뚝딱~뚝딱~ “헌집이 새집됐어요”

어려운 가정 노후된 집수리 봉사에 구슬땀

회원 20여명 본당 보조에 회비 모아 운영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의 수가 한둘이 아니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하죠? 앉을 때도 없어서….”

집안 곳곳에 벌여놓은 도배지며 풀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공구들이 손쉬운 작업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겠는데요.”

땀을 훔치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품새가 하루이틀 손발을 맞춰본 게 아닌 듯하다. 하루거리로 대수롭지 않게 대들었다가 혼이 났던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제는 욕심 부리기 보다 한번 손보면 한참을 잊고 지내도 될 정도로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게 이들의 손놀림이다.

서울 번동본당(주임 정순오 신부) 소속 집수리 자원봉사단체인 ‘장도리회’(회장 서성제) 회원들이 이날 찾은 곳은 여성가장의 집. 겨울이 다가오면 난방비 걱정부터 해야 할 이 집을 손보기로 마음을 모은 건 며칠 전. 기온이 떨어지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가족이 한두 가정이 아니지만 우선 급한 대로 이 집부터 수리하기로 했다.

집을 지으면서 달아 십수년도 더 된 것 같은 등만 바꿔도 집은 한결 밝은 분위기로 바뀐다. 오래된 가옥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전기배선. 얽히고 설켜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도 몰라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는 전기선을 정리하는 일은 김도한(스테파노.40) 부회장과 최용인(요셉?45)씨 등이 맡고 나섰다. 화장실은 변기 뿐 아니라 방수 공사 등 손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장 기능을 가진 김한섭(요셉)씨가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나자 화장실은 상상치도 못한 모습으로 변했다. 온 집안을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줄 도배공사는 이번에도 최고령자인 안육례(율리아나.67) 회원의 몫이다. 30년 가까운 도배 경력을 지닌 안씨의 손을 거치고 나면 아무리 오래된 집도 신혼집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장도리회 회원들이 본당 관할 내의 어려운 집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본당 시설분과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조그만 능력이나마 모으면 좀 더 큰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데 뜻이 모이면서였다. 그렇다고 20여 회원 모두가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이들은 아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부터 부동산중개인까지 제각기 다른 직업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월례회의를 통해 대상 가정이 선정되면 공사 상황에 맞게 자신의 몫을 자원하고 나선다. 본당 보조에다 힘이 닿는 대로 회비를 모아 한 집 두 집 찾아다니다 보니 이제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손금 들여다보듯 하게 됐다.

자신들의 도움을 받은 쉬고 있던 신자 가정이나 비신자 가정이 새로운 신앙을 갖게 될 때의 보람이란 그 어떤 선물과도 비견할 수 없는 기쁨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회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도 그간의 결실인 셈이다.

“이웃을 찾아다닐 때마다 이들의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 나섰어야 했다는 숙제를 안고 돌아오게 됩니다.”

구역장, 반장, 꾸리아 단장 등으로 1인 2, 3역을 하고 있는 장도리회 회원들의 어깨에 소복이 내려앉은 먼지가 주님의 은총처럼 푸근하게 다가왔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