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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공의회 문헌들 (18)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8-07 수정일 200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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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 계율과 교리 존중”

냉전이 종식된 후 지구촌은 잠시 평화가 깃드는가 싶었지만, 이내 더욱 통제할 수 없는 국지적인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팽팽한 힘의 균형을 통해서 전쟁을 억제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빈발하는 이러한 분쟁들은 더 이상 어떠한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도 막을 수 없다.

더욱이 세계인을 경악케한 9·11 테러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테러와 반테러 전쟁은 오늘날 전장이 아닌, 세계의 어느 한 구석도 안전한 곳이 없다고 할 만큼 지구촌을 야만적인 무력으로 물들이고 있다.

특히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이러한 분쟁들 중에서 종교적 신념을 빌미로 빚어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종교와 신앙의 표피를 쓴 정치, 경제적 이해 다툼이 게재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려하듯, 이른바 「문명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교간의 불목과 갈등에 대한 우려, 그리고 보편적 형제애에 바탕을 둔 비그리스도교와 가톨릭 교회와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바로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에서 제시하고 있다. 비록 5개항으로 구성된 짤막한 선언문이지만, 이 선언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는 크다.

공의회는 이미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과 동방 가톨릭교회들에 관한 교령을 통해서 그리스도교 형제들과의 친교와 일치의 의지와 자세를 깊이 있게 제시했다. 그리고 공의회는 이번에는 그리스도교가 아닌 타종교, 혹은 이웃 종교들과 교회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이 선언에서 설명한다.

이 선언은 타종교에 대한 사랑과 관용의 태도를 드러내고, 무신론자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공의회는 교회 헌장을 통해 교회의 신비를 분명히 하고 인류 구원과 교회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이 헌장은 복음을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도 역시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하느님의 백성에 질서 지어져 있다고 말한다.

특히 선언은 분명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톨릭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

공의회는 그것이 비록 『가톨릭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며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유다교 등 세계의 거대 종교들을 모두 언급하면서 그들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정신을 피력한다.

끊임없이 실천 구현

물론 공의회 이후,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언에 대해 충분히 겸손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공의회는 타종교들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지만, 이들 타종교가 그리스도교가 지니지 않고 있는 것을 지니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타종교인들 자신들은 선언문에 대해서 그리스도교가 종래의 독선적 태도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공의회는 비그리스도교에 대한 이전의 접근 방식에서 훨씬 더 진전된 시각과 자세를 이 선언에서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공의회의 타종교에 대한 접근 자세는 이후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실천되고 구현되어왔다.

더욱이 타종교와의 우호적 대화와 관계를 바라지만, 결코 진리에 충실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교회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또 끊임없이 선포하여야 한다』는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