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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공의회 문헌들 (15)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하)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5-07-17 수정일 200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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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과 꾸준한 대화를”

교회 역사상 선교 문제가 다뤄진 최초의 공의회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혼란을 겪고 있던 선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키며 복음화 사명에 대한 참신한 전망을 내오는 전기가 되었다. 공의회 개최 당시만 하더라도 그리스도교에서 이탈한 서구사회 안에 있는 교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으로 교회의 사명이 완전히 달성된다는 생각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선교 교령은 공의회의 기조인 「교회헌장」과 함께 교회와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선교의 참된 본질을 명백히 해냈던 것이다.

『교회는 생각한다. 교회는 말한다. 교회는 기도한다. 교회는 성장한다』

선교 교령 초안을 토론하던 공의회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이 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체가 그러했듯 교황 요한 23세가 제시한 3가지 목적에 맥이 닿아 있다. 즉,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세계 복음화 사명과 관련해 교회를 새롭게 정의하고, 복음이 세상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한 방법을 모색함과 아울러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해 선교와 그리스도교계 일치의 관계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선교 교령은 현대의 여러 문제에 의해 촉발돼 열린 공의회 전체의 이론적 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교회가 선교를 해야 하는 근본 이유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선교 교령은 그리스도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곧 선교임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신자들의 선교 의무가 하느님의 의지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드러낸다.

총 6장 42항으로 이루어진 선교 교령은 첫 장에서 선교의 신학적, 교의적 원칙을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제2장에서는 선교활동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3장에서는 선교활동을 통해 설립되는 개별 교회의 다양한 형태들을 다룬다. 또 제4장에서 선교활동에 임하는 선교사들의 양성과 태도를 비롯, 5장에서는 선교 활동의 조정, 마지막 제6장에서는 하느님 백성을 구성하는 성직자와 각계각층의 신자들이 어떻게 선교활동에 있어 협력을 유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이를 통해 선교 교령은 하느님 백성의 역할 분담을 한층 명료하게 해설하면서 균형있는 통일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선교에 있어 평신도들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권리와 책임을 지니고 자주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과거 「은총의 수혜자」라는 딱지가 붙어온 평신도로 하여금 교회 사명 수행의 능동적인 주체로 발돋움하게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숨결이 묻어난다.

교령은 『순례하는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다. 교회는 성부의 계획을 따라 성자의 파견과 성령의 파견에서 그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2항)며 선교 활동의 교의적 근거를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적 사랑의 일치와 분출에서 찾고 있다. 이어 하느님의 구원적 보편의지로 인해 모든 인간들을 여러 방법으로 당신께로 인도하시지만, 결정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파견하심으로써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참된 중재자가 되게 하셨음을 밝힌다.

공의회는 선교 교령을 통해 선교 활동이야말로 하느님의 활동과 속죄의 업적이 합류되는 교회의 보편적 일치를 실현하는 것임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신생 교회들은…교회 전통의 요소들을 고유 문화와 결합시켜 서로 힘을 주고받아 신비체의 생명을 증대시켜야 한다』(19항)며 선교 활동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이 아니라 받기도 하는 활동, 즉 「대화」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공의회는 선교 활동이 교회의 보편적 일치를 드러내고 굳게 하는 유대임을 확인시켜 준다.

선교에 있어 토착화 노력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오늘날 선교 교령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싼 문화와 사회 등 환경은 물론 비그리스도인들과 꾸준히 대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