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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기 새교황의 사목적 과제들 / 9. 세계화(Globalization)의 도전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7-17 수정일 200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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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체제하 빈부격차 더욱 극심

“연대로 소외없는 세계화 이뤄야”

외채탕감·빈국에 대한 지원 등

함께 사는 공동 전망 구축해야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목적 과제 가운데, 가장 큰 현안 중의 하나가 세계화의 문제이다. 그것은 국제 사회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을 포괄하는 도전이자 과제이며, 특별히 제3세계 나라와 국민들, 교회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기도 하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수시로 세계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불의의 차원에서 지적했고,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불평등의 문제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경제와 재정의 세계화는 이제 현실』이며 『세계화는 연대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외채 문제에 대해 「빈곤의 지속, 세계화에 수반되는 새로운 불평등」이라고 지적하면서 「소외 없는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그 이듬해 1999년 평화의 날 담화에서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잊지 않고 「연대를 통한 세계 발전」의 노력을 당부했다. 『경제 금융 제도의 세계화는 공동선과 경제적 사회적 권리 행사를 보장할 책임 주체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유 시장은 스스로 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특히 그해 1월 22일 멕시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1997년 열린 주교대의원회의 유럽 특별총회의 후속 문헌을 발표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복음화와 관련해 경제 정의에 대해 강력하게 호소했다. 교황은 중남미 지역의 가난과 사회적 고통의 문제와 관련해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를 경제적 세계화로 지적했다.

주교대의원회의에서 발해진 요청에 부응한 교황은 일종의 경제적 「신자유주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신자유주의하에서 이윤추구와 시장 경제는 사회의 약자들이 더욱더 소외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따라서 세계화된 경제는 사회적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 된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교황은 새 천년기를 맞아 2001년 평화의 날 담화에서는 문화적 세계화에 대해 우려했다. 『21세기의 시작에서 각 문화의 다양성과 생명력의 풍요로움은 희망과 동시에 우려를 함께 느끼게 한다』고 지적하고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에서 자기 문화를 보호하고 특정한 신념과 관습을 고수하는 일은 자칫 「문명의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며 「문화간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화에 대한 교황의 지적은 1998년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후속 문헌으로 발표된 「아시아 교회」에서 매우 잘 요약돼 있다. 여기서 교황은 「소외 없는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경제적 세계화 및 문화적 세계화에 대해서 지적하고 교회가 세계화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원칙과 입장을 피력했다.

『교회는 「소외 없는 세계화」의 필요성을 주창합니다. 주교대의원회의의 교부들과 더불어 저는 전세계의 개별 교회들 특히 서방 국가들의 교회들이, 교회의 사회 교리가 세계의 자유 시장의 규제와 사회적 의사 소통의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윤리적, 법적 규범들의 제정에 필요한 영향력을 갖는 것을 보장하고자 일하도록 호소합니다. 가톨릭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기관과 무역 기관들이 이러한 규범들을 인식하고 존중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아시아 교회」 39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9년 11월 6일)

그야말로, 세계화의 문제는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직면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세계적인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보편교회의 과제는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이며 세계 복음화의 가장 시급한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재성찰

많은 교회 전문가들은, 새 교황이 점점 더 세계화되어가고 있는 교회와 세계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러한 세계화의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한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미 극심하고, 점점 더 심화되어가고 있는 빈부 격차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톨릭 사회 교리를 재성찰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이른바 비서구 지역 교회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화되어버린 가톨릭 교회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테네시주 네쉬빌에 있는 반더빌트 대학교 신학 교수인 페르난도 세고비아는 새 교황이 『현대 사회에서 가톨릭 교회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해 교회는 지역교회의 주교들과 주교회의에 좀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각 지역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단체성을 좀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비서구 지역의 교회는 놀라울 만큼 팽창했다. 그리고 이는 서구화돼 있는 교회로서는 하나의 도전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전례나 교회 안의 여성의 역할이나, 다른 전통, 종교와 문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태도, 관계 등에 있어서 새로운 이해와 방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복음화와 경제 발전의 증진이 함께 가는 문제이며 교회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틀담 대학교 라틴 영성과 문화 센터의 다니엘 그루디 교수는 오늘날 부자와 빈자로 나뉜 세계 현실에 대해 지적하면서 새 교황은 『수많은 종파와 정치적 노선들 사이의 가교를 건설하고, 경제적 세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동의 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한 국제 문제 전문가로서 노틀담 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지낸 어니스트 바텔 신부는 새 교황은 경제적 세계화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사회 교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교황 레오 13세가 19세기에 산업혁명과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시대의 도전들에 대응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으로 충분히 수행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한다』고 지적하는 그는 『교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주는 세계로의 변혁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 오늘날의 세계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변화는 매우 힘겨운 투쟁이라고 바텔 신부는 지적했다. 의미 있는 세계 발전을 위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십수년 전 선진국의 빈국에 대한 지원 목표는 GNP의 1%였지만 이제는 0.5%로 떨어졌다.

오늘날 세계화는 많은 긍적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의 희생과 더불어 진행되어왔다. 특히 가난한 나라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삶이 세계화로 인해서 도무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기 일쑤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세계화라는 또 다른 양상으로 인해서 더욱 심화되어왔다.

새 천년기 새 교황은 「소외 없는 세계화」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선의의 모든 이들과의 연대 속에서 세계화가 제기하는 광범위한 도전들에 대해서 교회 내적, 외적 대응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기대이자 촉구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