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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98) 회개(Metanoia)

입력일 2005-07-10 수정일 200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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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는 새로운 시작

필자는 환경칼럼을 지속해 오면서 초기부터 함께 해 온 독자와 새로운 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되도록 하기 위해 종종 한 번 더 고심하게 된다. 지나치게 시사적인 것보다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근원적인 것을 고찰하면서 현실을 바로 읽고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함께 발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나의 정신적 스승인 로마노 과르디니의 영성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분은 현대문명과 문화의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시대를 앞선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내용은 「인간에의 연민: 현대 문명과 공해 문제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비판 및 방향 제시」에서 제시한 것으로서 본 칼럼에 맞추어 정리했다.

과르디니에 의하면 회개란 살아 계신 하느님과 관련된다. 회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수정하고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 정면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사랑으로 가득찬 하느님은 피조물을 만들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으로 얼룩져 고생하고 있는 그 피조물을 다시 깨끗이 정화할 능력도 지니고 있다. 회개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하느님의 깊은 신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하는 자는 진실을 원하여 자신의 잘못을 감추지 않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 스스로 자신을 고발하며 하느님의 뜻이 실행되기를 청한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믿고 냉혹한 정의에 의한 처벌보다 용서를 기다린다. 회개는 하느님의 용서를 신뢰하는 인간 안에 일어나는 행위이다. 용서하는 능력이 있는 하느님께 회개할 능력이 있는 인간이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회개 자체가 하나의 선물이다. 한 사람이 후회하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그 안에 벌써 하느님이 계시고 그 안에 하느님이 회개를 선사하신 것이다. 이러한 회개를 통해서 어떤 것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회개하는 내가 다시 태어난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과르디니는 이것은 깊은 신비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분이 살아 계신 하느님이라고 강조한다.

하느님은 나만이 아니라 나의 이웃, 동?식물, 당신이 만든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들을 바라보았던 그 사랑의 눈으로 내 주변의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 현대의 기술 문명이 가져다 준 부정적인 요소들, 즉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한 것에 대해서 회개하고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직접·간접적인 무관심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회개하여 올바른 분배와 나눔의 관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