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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기 새교황의 사목적 과제들 / 8.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7-10 수정일 200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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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역행·퇴색 우려

“공의회 참뜻 재성찰·구현 필요”

공의회 폐막후 40년 흘렀지만 현 사회 새로운 요구에도 적절

가톨릭신문이 국내의 가톨릭 신학자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명이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철저한 구현」을 새 교황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적했다. 이 문항은 설문에 포함되지도 않았음을 고려하면, 만약 설문 문항에 포함됐을 경우 훨씬 더 많은 응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올해로 폐막 40주년을 맞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과 정신을 다시금 성찰하고 현대 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보다 철저하게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교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의 경우, 공의회 정신이 전에 비해 퇴색하고 있지는 않는지, 오히려 공의회 이전의 교회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반성이 일부 신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보편교회 차원에서도 매우 예민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3차 바티칸공의회를 논하는 사례도 발견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이 아직도 현대 교회 안에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게 공의회의 참 뜻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 교황의 유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 교황으로 선출되어,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과 교회에 봉사한다. 하지만 새 교황은 동시에 선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산을 풍부하게 물려받았으며, 요한 바오로 2세와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갖고 보편교회를 통치할 것임을 누차 시사했다.

그리고 그러한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중요한 유산 중의 하나가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대한 깊은 열의와 열정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그 방향과 의의를 「공의회에 비추어」 성찰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우리에게 제시한 규범에는 많은 보화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교회에 대희년 준비의 한 방법으로 공의회의 가르침을 얼마만큼 받아들였는지에 대하여 성찰해보도록 요구하였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나아가 『공의회 문헌들은 그 가치나 광채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며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인 공의회에서 이제 막 시작된 이 세기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을 발견한다』고 지적했다.

전임 교황과 마찬가지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이 새 세기 보편교회의 통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삼아야 함을 바로 자신의 즉위 후 첫 미사에서 강력하게 표명한다.

제삼천년기의 ‘나침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새 교황으로 선출된 뒤, 4월 20일 성 시스티나 경당에서 추기경단과 함께 드린 공동 집전 미사를 마치고 첫 미사 후 연설을 통해 선임 교황을 기리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매우 확고한 의지를 표시했다.

『대희년을 맞이하여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시대에 맞춰 권위적으로 재해석한 복음을 가지고 새 천년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가리켜 제삼천년기의 광활한 대양 속에서 우리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 적절하게 표현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앞으로 오랜 동안 새 세대들이 20세기에 있었던 이 공의회의 풍부한 유산의 덕을 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이끈 그 투신을 따르려는 확고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폐막 40주년을 맞은 바티칸공의회의 문헌들이 시간이 흘러도 그 시대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그 가르침은 특히 교회와 세계화된 현대 사회의 새로운 요구들에 적절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선언했다.

결국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많은 보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교회는 그 풍부한 보화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배가돼야 함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연설문에서 더욱 명백하게, 교회 일치에 대한 교황의 직무에 대해 강조한다. 교황은 특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의 가시적이고 완전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저의 첫째 가는 임무로 받아들인다』며 단지 호의를 표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치를 향한 전제는 내적 회개임을 일깨워주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신학적 대화가 필요하고, 「기억의 정화」는 더욱 시급한 문제이다. 그래서 교황은 일치를 증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위해서 여러 교회와 교회 공동체 대표들과의 만남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표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모든 사람들, 여러 문화의 사람들과 다른 종교 신자, 인생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모든 이들과 대화를 나눌 것임을 피력했다.

흔히 보수주의자로 지칭되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베네딕토 16세의 교황직의 근본적인 지향은 이처럼 열려 있고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그것은 곧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 자세이며, 일치 교령이나, 선교 교령,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등 일체의 공의회 문헌들에서 매우 명백하게 나타나는 정신이다.

특별히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4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5년 12월 8일 공의회 폐막을 선언하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야말로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전 인류와 세계를 새로운 성령강림으로 혁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하고, 21번째로 열린 이 공의회는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그러나 폐막식을 마치면서, 『공의회가 목적한 것의 실현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바오로 6세의 이 말은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역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제삼천년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재성찰과 실현은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요청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을 시작하면서, 바로 이것을 결연하게 천명했던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