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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기 새교황의 사목적 과제들 / 7. 평신도 소명과 책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7-03 수정일 200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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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평신도 운동, 본당내 분열·갈등 조장

“교회 기초인 본당과 조화 이뤄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직무수행 넘어 세상속에서 그리스도 사랑 실천해야

가톨릭신문사가 우리나라의 가톨릭 신학자 100인에게 물어본 바에 의하면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로 「평신도 운동과 교회 생활」에 대해 응답한 비율은 12% 정도로 큰 비율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그것은 가톨릭 교회, 하느님 백성을 구성하는 대다수 구성원인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평신도 위상 변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위상에는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의 차이를 크게 강조하는 입장은 공의회에서 근본적으로 지양됐고, 공의회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포함하는 전체 교회의 구성원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지칭함으로서 평신도 신분의 획기적인 위상 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공의회 이후 교회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평신도의 역할과 책임, 소명을 강조하고 있으며, 더욱이 오늘날처럼 급속도로 사회변화가 이뤄지고, 사회 생활 자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시대에 있어서 평신도에 대한 교회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공의회는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직무 수행을 넘어서, 외부의 현실 세계 질서를 새롭게 하는 과업이 평신도에게 부과돼 있음을 지적한다. 공의회는 『평신도는 현세적 질서의 쇄신을 자신들의 고유한 의무로 여겨야 한다』며 『현세 질서 안에서 복음의 빛과 교회 정신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써 구체적으로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평신도 운동 발생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40년 동안 보편교회 안에서는 이처럼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에 입각한 다양한 평신도 운동이 펼쳐졌다. 다양한 평신도 운동은 이제 초기 단계의 어려움과 정체성의 모색 단계를 넘어서서, 바야흐로 성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위 기간 동안 보편교회의 평신도 운동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들을 구축해나가면서, 그 양과 영향력 면에서 크게 신장됐다.

그런데 여기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평신도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그것이 가톨릭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성숙에 기여해왔지만, 일부에서는 그것이 교회의 기본 조직인 본당 생활 안에 통합되지 못하는 경향들이 지적되기도 했던 것이다.

평신도 운동이 교회 생활의 기본적인 장으로서 본당 생활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사목적인 우려가 나타나기도 한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이는 사실상 여러 지역교회 안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평신도 운동들 중에서 적지 않은 운동들은 일부 의혹의 시선을 받기도 했고, 일부 운동들은 여전히 그러한 경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폭적인 지지와 교황청 평신도평의회의 관리 감독을 통해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 상당히 완화되고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사무차장인 구즈만 캐리퀴리는 지난 1월 한 기자 회견에서 『가톨릭 신자는 세례로 신자가 되고, 성령으로 교회의 일원이 되며, 성체성사로 신앙 안에서 성숙한다』며 『신자들은 각자 자신의 본당에서 신앙을 실천함으로써 이러한 신앙적 성숙을 이루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신도 운동이나 조직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전세계적으로 교회에 의해 인정을 받는 국제적인 평신도 운동 단체 123개의 목록을 발표했다. 목록이 발표된 총회에서 평의회는 「본당의 참된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해야 본당 공동체가 「친교의 공동체」가 될 것인지를 논의했다. 아울러 본당에서의 평신도 운동의 역할에 대한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평신도 운동 단체인 「친교와 자유」(Communion and Liberation)의 창설자인 루이지 쥬싸니 몬시뇰은 이 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모든 본당이 어떤 의미에서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그리스도가 모든 평신도들의 사고와 행동의 지평이 되는 경험이 이뤄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평신도들이 이처럼 「운동 안에」 참여하지 못할 때 그들은 결국 『무덤과 같은, 행정 업무만이 이뤄지고, 심리적, 사회학적 가치관만이 채워진 교회로서의 본당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교황청 관리들은 물론 평신도 운동 단체 지도자들 역시 일부 운동의 경우에는 그 열광과 자부심이 지나쳐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했다. 일부 운동 단체들은 본당 내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자신들만이 참된 가톨릭 신앙에로의 길인 양 주장하며, 단체 구성원들의 삶을 지배하려 한다는 것이다.

로마에 본부를 둔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사무총장인 아드리아노 로쿠치는 『평신도 운동의 위험성은 자신들이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운동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체의 대변인인 파올로 치아니는 『운동의 초기 단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자칫 자만심으로 떨어지기 쉽고, 운동이 성숙할수록 정체성은 확고해지며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123개 평신도 운동 단체의 목록에는 국내에서도 활동하는 다양한 사도직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어떤 단체는 같은 직업에 속하는 이들이 정기 모임을 갖기도 하고 다른 단체들은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일부는 특별한 수도회 조직의 사례를 따르기도 하며 다른 단체들은 자신들만의 수도회 규율에 따라 집단 생활을 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다양성에 따라 이들 단체들은 자신들의 정확한 회원들의 수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도직 쇄신」이라는 한 기구는 브라질에만 6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평신도 운동들은 1920년대에 스페인에서 시작된 오푸스 데이(Opus Dei)나, 1940년대에 시작된 포콜라레를 제외하고는 60년대와 70년대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향을 받고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필요성

가톨릭 신자로서 살아가는 전통적인 방법이나 전통적인 윤리관들은 이제 바뀌었거나 도전을 받고 있다. 평신도 운동들은 『신앙을 풍요롭게 하거나 가톨릭 신자로서 온전한 삶을 살도록 돕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네오카테쿠메나토의 창설자인 키코 아르구엘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신앙생활만으로는 참된 그리스도교적 삶을 살 수 없음을 발견할 것』이라며 『공동체의 지지와 사랑을 더욱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