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공의회 문헌들 (11)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5-06-19 수정일 2005-06-19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제 쇄신·계속교육 강조”

흔히 신학교를 교회의 심장이라고 한다. 사제 양성이 교회의 중대한 몫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황폐해져 가는 세상, 특히 하느님과 멀어지는 교육 풍토 속에서 사제 양성의 사명은 중요성을 더해갈 수밖에 없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마지막 제4회기 기간 중인 1965년 10월 28일 발표된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온 교회의 열망, Optatam Totius)은 성소 부족에 직면한 1960년대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사회구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오랜 세월 동안 교회 생활에 있어서 평신도들과 확연히 분리되며 「위에」 존재해왔던 사제상은 전에 없던 반발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사제들이 가난한 노동자들 가운데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흐름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일찍이 교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었고, 새로운 사제상이 정립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게 됐다. 반면 당시 많은 주교들은 모범적으로 성직을 수행하는 흐름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사제상을 수정하여 확립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교회 안팎을 둘러싼 긴장 속에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 2월 24일 성소주일을 제정하고 이듬해 「사제 양성 교령」을 발표해 사제 양성의 의미를 새롭게 천명했던 것이다.

「사제 양성 교령」은 신학교에서의 사제 양성 교육의 중요성과 기본원칙, 영성과 방침 등을 구체적 체계적 총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회 전체가 바라는 쇄신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제들의 교역에 많이 달려 있다」는 교령의 서론은 사제에 거는 교회의 기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곧 끊임없는 쇄신을 통해 하느님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발전이 사제들의 교역에 좌우됨을 드러내준다.

아울러 사제를 길러내는 신앙의 못자리인 신학교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 인간의 삶에 능통한 사제를 양성하는 장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 양성 교령은 신학교를 「교구의 심장」(제5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제 양성 교령은 성소 증진이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의 의무」(2항)임을 재확인하고, 사목적 관심들을 사제 양성의 모든 측면들과 조화시키며,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사제들을 교육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령은 또 신학교 쇄신의 일반적 규범과 아울러 이 규범들을 각 민족의 고유한 필요에 최대한으로 적응시키면서도 가톨릭 사제직의 단일성을 유지하며 공의회에서 강조된 사제상을 보존하기 위한 보다 상세한 규범을 담고 있다.

특히 교령은 사제 직무의 공동체적인 차원 안에 사도직 활동의 부유함의 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교령은 9항에서 「신학생들은…사제직에 오른 뒤에는 충실한 협력자로서 소속 주교를 따르며 형제 사제들과 함께 일하고 일치의 증거를 보여 주어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신학교에서 「장상들과 교수들은…학장의 지도를 받아 정신과 행동의 긴밀한 일치를 이루며, 그들 서로, 또 신학생들과 더불어,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 11) 하신 주님의 기도에 부응하고 신학생들에게 그 성소의 기쁨을 북돋아 주는 그러한 가정을 형성하여야 한다」(5항)며 신학교의 공동체적인 차원이 사제 양성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조건임을 밝힌다. 이것은 공동체를 이루지 않으면 신학교 안에 참된 신앙도, 참된 복음적인 증거도 보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사제 양성은, 특히 현대의 사회 환경으로 보아, 신학교의 교육 과정을 마친 뒤에도 계속되어야 하고 또 보완되어야 하므로, 주교회의들은 각국에서 더욱 적합한 수단들을 활용하여야 할 것」(22항)이라는 권고는 신앙과 사제 직무뿐만 아니라 복음화 사업도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성찰과 쇄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