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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기 새교황의 사목적 과제들 / 5. 사제직의 문제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5-06-19 수정일 200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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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교회 사제수 급감… 과도한 사목업무 부담

“사제 성소계발에 더욱 힘써야”

‘사제 독신제’ ‘여성사제 불가’는

교회의 특성·하느님 뜻 따른 것

가톨릭신문사에서 한국의 가톨릭 신학자 100인에게 물어본 바에 의하면,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 중 하나로 전체 응답자 중 22명(11%)이 「직무 사제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사제직의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문제가 사제 성소의 부족 현상이다. 교황청이 지난해 발표한 교황청 통계연감에 따르면 2002년말 현재 전세계 사제 수는 40만5058명이다. 이는 26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하던 당시 40만971명에서 약 3.78%가 줄어든 것이다.

전세계의 가톨릭 신자 수가 7억5700만명에서 10억7000만명으로 3억1300만명이나 늘어났지만 성직자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이같은 사제 부족 현상은, 급속한 교회의 성장과 성직자 수의 증가 추세를 보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제외한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리스도교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구미 선진국들의 가톨릭 교회는 이에 따라서 성당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신자들의 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제직을 희망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없어서 이제 사목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85년 교구사제가 3만4886명이었으나 2001년에는 3만1197명으로 줄었다. 유럽은 1961년 25만859명의 사제가 있었지만 2001년에는 20만6761명에 불과하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는 1961년 4만3202명에서 2001년 6만3159명으로, 아프리카는 1만6541명에서 2만7988명으로 늘었고, 아시아는 2만5535명에서 4만4446명으로 대폭 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사제직 지망 신학생의 수가 교구와 수도회 모두 대폭 늘어나 6만3882명에서 11만3199명으로 집계돼,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들 역시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정작 사제 성소 부족의 어려움을 겪는 서구 교회의 문제는 여전하다.

비록 신학생 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주고 있지만 대륙별로 볼 때, 아프리카는 4배, 아시아는 5배가 증가한 것에 비해, 유럽은 불과 2만3915명에서 2만5908명으로 저조한 상태이다.

교황청 성직자성 차관 차바 테르니야크 대주교는 지난해 4월 성 목요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대신학생 수가 많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했지만, 60년대부터 성소자수가 급감해온 서구교회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제 성소 부족 현상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한 서구 교회의 노력은 눈물겹다. 미국 교회 같은 경우, 유난히 사제 부족이 극심한 교구나 수도회들은 기업체, 관공서에서나 볼 수 있는 상업적 매체들을 이용한 사제 성소 북돋우기에 나선다.

미국의 도미니코 수도회 같은 경우에는 수도회 재정을 쥐어짜서 20만 달러의 예산으로 TV 광고, 인터넷, 거리 광고판을 활용한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유명한 토론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나 「레지스와 켈리 라이브」 등의 광고 시간을 사서 성소 모집 홍보를 한다.

미국의 성소 격감 현상과 관련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12월, 미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 자리에서 미국교회에 「사제 성소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미국 교회를 중심으로 서구 교회에서 많은 성직자들의 성 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는 크게 타격을 받고, 도덕적 권위는 추락했으며,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사제 성소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서구 교회를 중심으로 사제와 사제 성소의 부족이 최대의 과제가 됨에 따라서 교회 일각에서는 직무 사제직에 대한 규정 완화 주장의 빌미가 이어지고 있다.

사제 부족으로 적지 않은 서구 교회에서 사제들은 과도한 사목 업무의 부담을 안게 되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부 교회에서는 사제 독신제 규정의 완화를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여성 사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의 여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성 학대 문제, 그리고 여권 운동가들의 주장과 맞물려 서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그 주장의 수위와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직무 사제직과 관련된 이 두 가지 문제, 즉 독신제 완화와 여성 사제 문제는 그 특성상 집중적인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다른 문제들에 비해서 그 중요성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주장이나 사례들이 나타날 때, 언론은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그것이 마치 교회의 본질이나 핵심의 하나인 양 보도해 문제의 파장을 확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은 분명하다. 즉, 이 문제들은 결코 교회의 권한에 맡겨진 것이 아니며, 따라서 교회가 인위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변화될 수 없는 사안들이라는 것이 교황청의 일관된 입장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반복해서 교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이 두 가지 문제, 독신제 규정 완화와 여성 사제직의 가능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교회의 입장을 밝혀왔다.

교황은 지난 1999년 11월에 있었던 일반 알현 자리에서 『성서는 여성을 남성의 종이 아니라 남성과 똑같은 하느님의 창조물로 보고 있다』며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아담의 짝으로 하와를 창조했다고 해서 여성을 남성의 종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면서 여성을 종속적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오는 사회적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정반대되는 행위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교황은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과 「여성의 사제서품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여성 사제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이날 알현에 앞서 독일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 교회의 여성들이 「여성 사제 불가」라는 교회 가르침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을 알지만 이미 1994년에 사도적 권고를 통해 여성 신품성사가 불가능한 이유를 밝혔듯이 여성 사제 문제는 더 재론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사제 문제는 그러나, 성공회가 지난 1994년 처음으로 여성 사제 서품을 인정한 이후 최근 들어서는 여성 주교 문제까지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회 일치 운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됐든 직무 사제직을 둘러싼 이 두 가지 소란스러운 문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목 과제 중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교황청의 기본 입장은 많은 이들에 의해서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독선과 아집으로 공격받고 있다.

피임이나 낙태, 생명과학에 대한 입장과 함께 이 문제들이 결코 편협한 보수적 시각이 아니라, 교회의 특성과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교회 밖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 주장들을 심각하게 추종하고자 하는 교회 내부의 사람들에게 제시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큰 과제이다.

더욱이 그 한 편으로, 이제는 만성적인 사제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목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제 성소를 계발해야 하는 서구 교회의 고민들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