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69】가톨릭교회의 보고(寶庫)-증거자들(2)

입력일 2005-05-08 수정일 2005-05-08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근세기를 살았던 인물 가운데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마더 데레사 만큼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박애」의 전범(典範)이 없다.
마더 데레사는 21C 성녀

한평생 가난한 사람 위해 헌신

그리스도의 상징이자 증거자

사그라들지 않는 울림

짧지만 많은 것을,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첫 대면에 필자의 심금을 울린 이후 입때까지 가슴 언저리를 빙빙 돌고 있는 그 말마디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사람이 힌두교도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싫증내지 말고 주십시오. 그런데 남은 것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상처를 받을 때까지, 고통을 느낄 때까지 주십시오』

마더 데레사가 남긴 말이다. 이 짧은 말 속에 그녀의 성소(聖召)와 삶과 유훈(遺訓)이 담겨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리스도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사명이 담겨 있다.

마더 데레사의 거룩한 족적

1997년 9월 5일 마더 데레사의 타계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자 온 세계는 한결같이 「인류의 참 어머니」를 잃게 되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애도했다. 그녀가 평상시 종교, 이념, 민족, 피부색을 초월한 모든 이로부터 얼마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새삼 온 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 거룩한 생애의 족적은 다음과 같다.

1910년 8월 27일 구 유고슬라비아의 스코페에서 출생. 1928년 18세에 아일랜드 로레토 수녀회 입회. 1929~1948년 인도의 캘거타에 파견, 성 마리아 학교 교장과 성 안나 수녀원 수련장 맡음. 1937년 5월 24일 종신서원. 1948년 로레토 수녀회를 나와 빈민촌에 학교 세움. 1950년 「사랑의 선교회」창립, 빈민가에 들어가 극빈자들을 구호하고 그들에게 봉사. 1979~1996년 미국 자유상, UN 슈바이처상, 노벨 평화상, 인도주의상 등 수상. 1997년 9월5일 심장질환으로 영면. 2003년 10월 19일 로마 교황청에 의해 시복.

1929년부터 20년간 인도 캘커타에서 교사로 지낸 데레사 수녀는 2차 대전 중 수백만 명이 죽고 가난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보았다. 데레사 수녀는 이곳이야말로 하느님이 부르시는 현장임을 절감하고 38세(1948년)에 단돈 45루피(한화 1080원)로 빈자(貧者)들의 안식처인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한 것을 발판으로 하여 이후 전 세계 126개국 200여 도시에 600여 개의 세계적인 자선 기관을 세웠다.

마더 데레사는 20세기를 살고 간 성녀였다. 20세기 풍요의 시대에 오히려 수많은 빈자들이 가난과 병과 소외 속에서 죽어갔다. 마더 데레사는 우리에게 바로 이런 이들의 괴로움 속에 감추어 져 있는 그리스도를 발견하도록 해 주었다. 마더 데레사의 삶은 마태 25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산 삶이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35~36, 40).

실제로 마더 데레사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 배고픈 사람, 잊혀진 사람, 헐벗은 사람, 집 없는 사람, 나병환자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보고 한 평생 그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다.

마더 데레사는 『가진 것이 많으면 주기 어렵고 가진 것이 없을수록 더 자유롭게 많이 나눌 수 있다』는 역설을 실천하고 증거하면서 각박한 오늘의 세상에 놀라운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도록 한 주님의 일꾼이었다.

21세기 시대 이념은 박애

확신컨대, 마더 데레사는 21세기의 성녀가 될 것이다. 새 시대가 성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상가들은 19세기의 시대 이념이 자유(自由)였고 20세기의 시대 이념이 평등(平等)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 시대 이념은 박애(博愛)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근세기를 살았던 인물 가운데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마더 데레사 만큼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박애」의 전범(典範)이 없다.

마더 데레사는 인간의 저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선한 의지를 구체적인 육화의 삶으로 산 그리스도의 상징이며, 그리스도의 흔들림 없는 증거자로 살았던 분이다. 이런 마더 데레사의 삶을 보고 한 이슬람 사제가 이렇게 고백했다.

『그 동안 나는 줄곧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예언자라고 믿어 왔습니다. 오늘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분은 놀라운 사랑으로 이러한 일을 하도록 이 자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더 데레사의 영성은 특히 우리를 위해 자신의 「살」과 「피」를 기꺼이 내어주신 예수님, 성체(聖體)로 오시는 예수님에게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그녀는 우리에게 권한다.

『그분은 우리가 전해야 할 진리,

우리가 살아야 할 생명,

우리가 비추어야 할 빛,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랑,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할 기쁨,

우리가 발산해야 할 평화,

우리가 우리의 가정과 이웃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할 희생입니다』

이는 단지 권고가 아니었다. 그녀의 삶이었다. 그래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인 것이다. 그러기에 복녀(福女)는 앞으로 적어도 100년 이상 인류를 이끌 아름다운 권위(權威)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