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200주년 사목회의를 재조명한다 (28) 교회운영 의안 (하) 쇄신과 적용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4-12-19 수정일 2004-12-19 발행일 2004-12-19 제 242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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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조직 개편 사목체제 변화 잇따라
지구·리구 사목 강화
업무 통합·세분화 단행
소공동체 운동 활성화는
시대적 징표에 대한 응답
소공동체 운동은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과 시대적 징표에 대한 응답 차원이라는 면에서 계속 주목되어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1998년 「서울대교구의 운영은 교회 법전에 나온대로 하겠다」는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방침을 사제평의회가 받아들임으로써 「지구 사목체제」로의 개편과 「지구장 권한 강화」라는 변신을 시도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대에 걸맞게 교회법적인 원칙을 다양성과 일치와 친교안에서 실현하는 한국 교회 구조 조정의 시작」으로 풀이했는데 교회 운영과 관련한 한국 교회의 쇄신 노력은 특히 대희년을 즈음한 각 교구의 시노드 개최 흐름과 발맞추어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올해로 10년을 맞은 가운데 전국적으로 급속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작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근거해서 기초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목회의 의안의 구현 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후 열린 교회를 향한 조직 변화가 이뤄졌으나 국내 개신교 교회와 비교 할 때 평신도가 교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크게 제한돼 있고 또 서구 가톨릭 교회 모습에 비할 때도 평신도들이 함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보장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 성향과 함께 도시 본당의 과잉 비대화 경향도 원인을 제공 했지만 교회 운영 방식의 관료화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의 몇차례 조사 연구 결과들에서는 「교회 운영이 좀 더 민주화되고 참여의 문호가 더욱 넓게 열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분출됐는데 1995년 조사된 한 조사보고서에서도 여성 신자들 절반 이상은 본당 여성 사목위원 비율이 40% 이상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또 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위원회의 전신자대상 의견 수렴 결과 보고서에서 드러난 본당 운영 관련 평신도 의견에서도 「각종 교회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사목회가 신자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골고루 구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여성 신자가 교회 지도적 위치에 좀 더 참여했으면 한다」 등의 내용이 거론됐다.

열린 교회,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과제를 항시 염두에 두고 있던 교회 입장에서 이러한 배경들은 서울 대구 교구 등에서 시도한 지역체제 중심 사목 및 소공동체 운동에 대한 강조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대구 인천 서울 등 각 교구에서의 시노드 개최는 교구 조직개편 및 사목 체제 부분에서도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적극적 계기를 마련했다.

인천교구는 2004년 1월 시노드의 계속적 실행을 위해 「새복음화」 「재복음화」 「사회복음화」 편제로 교구청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선교국(새복음화국) 사목국(재복음화국) 사회사목국(사회복음화국) 등을 중심 집행 기구로 설정한 가운데 이를 지원하는 관리국, 그리고 전체를 총괄하는 사무처 형태로 조정된 개편은 시노드 요구에 부응하고 그에 따른 새복음화 재복음화 사회복음화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사목 대상에 따라 업무를 통합 세분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 국이 국장 신부와 함께 부장 신부 전담 체제를 갖춤으로써 업무의 전문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일관성을 지향, 교구 사목 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특성을 보였다.

역시 시노드에서 제안된 「평신도 양성기능의 확보」를 위해 평신도 신학원을 설립, 지도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교회 운영 쇄신을 위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노드를 통해 사목평의회 재무평의회 구성 등 본당기구 개편 작업을 시도했던 대구대교구는 2003년 2월 5일자로 기존 관할 구역을 9개 지구에서 5개 대리구로 재편성하고, 각 대리구에 주교대리를 임명하는 교구 사목체제의 변신을 단행했다.

이러한 교구 개편은 교구 사목 방침이 신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조처로 받아들여졌으며 특히 교구 시노드 이후 사목의 초점이 강화된 소공동체 운동을 활성화 시키고 정착을 앞당기기 위한 「교구 사목체제의 변화」로 인식됐다.

이와관련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특별 담화문을 발표 「효율적 사목을 위한 개편」임을 강조하면서 「각 대리구는 교구처럼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게 될 것이며, 이로인해 교구는 몇 배의 열기를 발휘하게 되고 본당 역시 공동체로 사는데 큰 변화를 이룰 것」이라는 교구 체제 변경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대구대교구는 이어 지난 8월 24일자 인사를 통해 각 주교대리들이 본당사목에서 탈피, 대리구 전체 사목에 전력할 수 있도록 결정, 대리구 사목 체재를 강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노드 폐막 1주년을 맞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2004년 한해동안 시노드후속위원회 활동을 통해 교회운영을 포함 시노드 실행에 관한 논의들을 계속해 왔는데 지난 12월 3일자로 발표된 「통합 사목연구소 발족」과 200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교구 사목평의회」 구성안 등은 교회 운영과 관련된 대표적인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의 실천 안이 될 전망이다.

사목평의회 구성은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교서 교회운영 편 제15조에 언급된 것으로 교구내 모든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활성화하고 사목적 교류와 협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공식화, 「참여하는 교회」「함께하는 교회」 정신을 구체화하는 사례로 주목되고 있다.

교구 통합사목연구소 발족 역시 시노드 교회 운영 부분에서 제시된 것으로써 「사목의 현장인 본당과 지구가 교구 사목 구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데 기본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12일 대전 정하상교육관에서 개최됐던 「2004년 소공동체 심포지엄과 전국 모임」은 한국 교회 소공동체 운동 도입 10년을 돌아보고 향후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이러한 소공동체 운동은 특별히 200주년 사목회의 교회운영 의안에서도 기초공동체 형성 필요성이 강조된 것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70년대 초반부터 구역 반 모임을 추진했던 한국 교회가 200주년 사목회의를 계기로 교구 차원에서의 구역 반 공동체 운동이라는 조직 활성화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는 입장에서다.

한국천주교회 200주년기념 사목회의 위원회는 「200주년 기념사목회의 사회조사보고서」를 통해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개인주의적이고 성사 중심적으로 교회 내적인 활동에 주로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사목교서는 교구민 전체가 복음화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목표를 바로 세우고 복음화 의지를 새롭게 하여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부를 담았다. 또한 교회운영 의안에서도 소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교회 쇄신 방안이 천명됐다.

이와관련 당시 서울대교구장은 『복음화는 사랑과 친교의 참된 교회 공동체의 삶의 증거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본당 신자수가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는 단위를 초과하고 있으므로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는 소공동체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복음화를 실현해 나갈 것』을 촉구한바 있다.

「소공동체들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소공동체를 통한 친교의 교회 건설을 위한 노력이 1990년대 초부터 서울대교구에서 시작되면서 한국 교회 안에는 본격적인 소공동체 움직임이 일었고 그러한 서울대교구의 움직임은 점차 타교구에도 영향을 주어 전국 차원의 교육과 연수를 실시하는 토대가 됐다.

또한 2001년에는 소공동체 전국 모임이 개최되는 등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는 서울대교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 교구에서 소공동체 사목이 「본당의 새로운 교회상」이라는 미래 교회 활성화를 위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및 사목회의 의안의 수용과 구현이라는 면과 함께 소공동체 운동은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과 시대적 징표에 대한 응답 차원이라는 면에서 계속 주목되어야할 사안으로 보인다.

교회 운영의 쇄신은 교구 본당 등 교회 조직이 민족 복음화와 현재 사회의 변동 및 요구에 부응하는데 가장 주요한 조직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교회내 한 관계자는 『교회 운영 쇄신은 하느님 백성 모두가 민족 복음화를 위해 쇄신되어야 하겠다는 자각을 지녀야 의미가 있으며 그런 면에서 교구 운영에 관한 문제들은 시대적 상황에 맞춰 계속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